[증권]너도나도 상장-등록 증시 공급과잉 몸살

  • 입력 2000년 5월 1일 20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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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투신증권의 유동성 위기로 증시 등 자본시장이 대형 악재를 만난 가운데 자본시장 전체에 또 다른 대형 먹구름이 끼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지난해 직접금융 시장이 활성화한 이후 기업들이 너도나도 주식시장에 몰리면서 증시 공급과잉이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판단 때문.

코스닥위원회나 금융당국이 등록 요건을 강화하고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있지만 인터넷 공모 등 직접금융 통로가 다양해지고 있어 증시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작년 조달자금 41조원▼

▽직접금융의 패턴이 바뀐다〓은행창구를 맴돌던 기업 재무팀이 직접금융으로 선회한 것은 은행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98년. 당시 회사채 발행에 주로 의존했던 기업들은 99년엔 직접금융 시장 중에서도 주식발행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기업들이 조달한 자금은 무려 41조원.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액도 30조원을 훌쩍 넘었다. 대기업들의 부채비율 200% 달성과 주식시장 활황 덕택이다.

이같은 주식시장 편중현상은 올해 증시 침체로 일시 완화됐지만 공개를 바라는 기업들은 여전히 넘쳐나고 있다.

▼올 등록 400개사 넘을듯▼

▽만성화될 주식 공급과잉〓코스닥시장에는 한 달에 대략 40개 정도의 새로운 등록기업이 출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같은 추세라면 올 한해 400개 이상의 기업이 신규 등록해 사상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규 상장기업 수는 올림픽 특수 직후인 89년의 126개가 역대 최고. 지난해에는 코스닥 열풍 등에 힘입어 120개의 기업이 상장(등록)했고 올해는 3월까지 21개의 기업이 코스닥에 입성했다. 코스닥위원회가 연초 위원장 공백으로 공전했던 것을 감안하면 2분기 이후엔 더욱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

더구나 이 수치엔 총발행가 10억원 미만의 인터넷 공모는 제외돼 있다. 인터넷 공모시장에서는 지난해 200개사가 1600억원을 끌어모았으며 올해에도 4개월 동안 300개 기업이 공모를 마쳤다. 소리 소문 없이 공급과잉을 부채질하고 있는 셈.

금감원 관계자는 “이미 상장(등록)된 기업들의 유상증자 물량을 감안하면 증시의 공급과잉은 이미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잡았으며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것이 확실하다”고 우려한다.

▼주간증권사 견제 강화▼

▽비명 지르는 금감원〓기업공개 주무부서인 금감원 공시조사실은 폭주하는 업무량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88년 50여명이 담당했던 공시조사는 감독기관 통합후 인력이 오히려 줄어 현재는 27명. 코스닥위원회 등을 거쳐 금감원에 관련 서류를 접수한 뒤 15일 이후 실거래가 시작되기 때문에 매일 철야작업에 ‘죽을 맛’이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공급과잉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신규상장시 주간증권사의 견제기능을 활성화하는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인수 당시 공모가가 추후 시장가격보다 크게 밑돌 경우 인수업무를 중단시키는 방안이 그것. 금감원 관계자는 “무분별한 주식공개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1, 2개 증권사의 인수업무를 잠정 중단시키는 징계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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