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인북]'유럽혁명 1492-1992 지배와 정복의 역사'

  • 입력 2000년 4월 28일 20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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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혁명 1492-1992 지배와 정복의 역사 / 찰스 틸리 / 새물결

몽골 지배하의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태평양까지 뻗친 방대한 경제체계의 북서쪽 주변부에 머물러 있던 유럽은 1492년 콜럼버스의 탐험을 계기로 남북아메리카를 유럽의 궤도 내에 통합하고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데 성공한다. 그 후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의 주도권 경쟁을 거쳐 20세기 말 동유럽의 혁명까지 그 지배는 계속돼 온 셈이다.

현재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로 ‘역사사회학’ 분야의 권위자인 저자는 15세기 말 유럽의 도전부터 500년이 지난 1992년까지 혁명은 계속돼 왔으며 앞으로도 지속된다고 주장한다. ‘대중의 혁명적 잠재력’은 여전히 건재하고 있음을 통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20세기 말에도 동유럽과 러시아의 혁명이 일어났고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서 크고 작은 내전과 소요 속에 혁명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원제목 European Revolution 1492∼1992)은 독일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5개국 출판사의 발의로 시작돼 현재 전세계 15개국에서 동시 출간되고 있는 ‘유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The Making of Europe)’ 총서 26권 중 두 번째 책이다. 이 기획은 새 천년을 맞으며 유럽인들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첫 번째 책 ‘거울에 비친 유럽’이 유럽 중심적 역사관에 대한 자기 반성을 통한 세계관의 재정립이라면 이 두 번째 책은 찰스 틸리의 독특한 혁명이론에 기초한 격동의 유럽 역사 500년의 기록이다.

이제 유럽공동체를 통해 개별국가들의 자율성과 관할 영역을 잠식해 들어가는 새로운 변화가 진행되는 지금 틸리는 “국가 주도형이든 국가 추구형이든 간에 민족주의 요소들은 급속하게 쇠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혁명적 민족주의는 쇠퇴하고, 문화적 다원주의의 확산과 함께 대단히 방대한 단위의 경제적 정치적 권력 위임 현상이 병존하리라는 전망이다. 윤승준 옮김 432쪽 1만5000원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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