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인터넷公募―코스닥등록 관계없다

  • 입력 2000년 4월 5일 19시 54분


인터넷을 통해 불특정 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회사들이 자금모집 과정에서 ‘코스닥 등록을 위해서’ 또는 ‘코스닥 등록요건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광고문구를 무분별하게 사용,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코스닥 등록과 인터넷공모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 마치 코스닥시장에 등록하기 위한 사전절차인 것처럼 선전하고 있어 선의의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것.

▽갖가지 문구로 투자자 현혹〓R사는 최근 신문광고에서 ‘코스닥 등록요건을 위해’ 인터넷 주식공모를 한다고 선전했다. D사는 ‘코스닥 등록 준비를 위한’ 주식공모를 한다고 광고했다. 이 회사는 올 10월경 제3시장에 진입하고 2001년 6월 코스닥 등록을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S사는 ‘코스닥으로 향해 가는’ 주식 인터넷 공모를 한다며 9억9000만원어치의 주식을 모집하는 중. F사도 ‘코스닥 등록을 위한’ 주식을 공모한다며 2001년 4월을 코스닥 등록예정일로 못박았다.

문제는 이들 기업들이 실제 코스닥시장 등록을 위해 공모절차를 밟고 있는 회사들의 광고문구를 그대로 본떠 세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코스닥 등록이 확정된 기업과 혼돈하기 쉽다는 점. 이런 종류의 광고는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인터넷 공모후 코스닥 등록 더 어려워져〓인터넷 공모기업들이 선전하는 ‘코스닥 등록을 위해’ 또는 ‘코스닥 등록준비를 위해’라는 문구는 사실 코스닥 등록 요건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코스닥 등록요건에는 인터넷공모 절차를 조건으로 내거는 문구가 없기 때문. 벤처기업은 감사의견이 ‘적정’ 또는 ‘한정’이면 되고 설립연도나 자본금 경영성과 부채비율 등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일반기업도 설립연도나 납입자본금 부채비율 등에서 일부 요건을 요구할뿐 코스닥 등록 문턱은 아주 낮은 편이다.

단 주식분산 요건으로 소액주주 500명 이상이 30%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면 코스닥 등록때 공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직등록이 된다. 하지만 코스닥 등록심사를 받은 뒤 발행주식수의 30% 이상을 소액주주에게 공모하면 되기 때문에 실제 대부분의 기업은 등록심사를 통과하고서야 일반공모를 통해 주식분산 요건을 갖춘다.

코스닥 등록 전에 인터넷공모를 하면 오히려 코스닥 등록이 더욱 까다로워진다. 흔히 모집금액이 10억원 미만이면 유가증권 신고서 제출대상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지만 인터넷 공모 전후에 유상증자를 했을 경우 금융감독원에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 대부분의 기업은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가 등록 심사과정에서 증권거래법 위반사항이 지적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인터넷 공모 중개업체가 부추겨〓인터넷공모가 성행하는데는 공모대행 업체들이 5%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기업을 부추기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인터넷 증권정보사이트를 운영하는 김기현 이큐더스 사장은 “인터넷 공모를 한 경우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를 꺼리는 게 다반사”라며 “인터넷 공모 후 주주들이 많아져 주주관리가 어려운 점도 코스닥 등록에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오규택 한국채권연구원장(중앙대 교수)은 “인터넷공모기업 대부분이 ‘곧 코스닥에 간다’는 환상을 심어주면서 투자자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그러나 인터넷 공모를 벤처기업 엔젤투자와 유사한 사모(私募)행위로 인식, 광고선전을 단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투자자의 피해가능성이 있는데도 팔짱만 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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