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Technology]분자크기 컴퓨터칩 시제품 나온다

  • 입력 2000년 3월 26일 19시 57분


분자구조를 이용해서 컴퓨터 회로를 만드는 것은 적어도 5년 내지 10년 후에나 실현될 수 있는 기술로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에 설립된 몰레큘러 일렉트로닉스 사는 바로 이 기술을 보다 더 가까운 시일 안에 실현함으로써 전자공학 분야의 새 시대를 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분자크기의 칩을 만드는 데 장애가 되는 어려운 문제들을 모두 해결했으며, 앞으로 18∼24개월 안에 작동이 가능한 시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의 공동 설립자이자 수석 연구원인 마크 리드는 “초기 시험 결과들이 이미 나와 있다”면서 “이것을 바탕으로 우리는 분자크기의 칩이 정말로 실현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작정”이라고 말했다.

몰레큘러 일렉트로닉스 사의 창립자들 중에는 미국 최고의 대학과 연구소 출신의 화학자 세 명, 이론 물리학자 한 명, 전기공학자 한 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중 리드는 현재 예일 대학 전기공학과 학과장으로 재직 중이며, 앞으로도 대학에서의 직책을 계속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리드는 라이스 대학의 화학과 교수인 제임스 투어와 함께 ’사이언스’지 1999년 11월호에 분자 스위치의 제조법을 설명한 논문을 기고한 바 있다. 투어 역시 몰레큘러 일렉트로닉스 사의 창립자 중 한 명이다. 이 회사의 창립자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낼 최초의 시제품이 정확하게 무엇이 될지 아직 밝히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창립자들 중에 병렬연산 분야에서 선구적인 연구를 수행했던 이론 물리학자 브로슬 해슬래처가 포함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이들은 단순히 초거대 용량의 컴퓨터 메모리 이상의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 회사의 첫 시제품이 메모리 장치가 될 것이며, 이 회사의 연구진이 이미 실험실에서 분자크기의 스위치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실리콘 칩 위에 새겨질 수 있는 트랜지스터의 숫자가 18개월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에 가장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은 새로운 공장을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최대의 실리콘 칩 제조업체인 인텔사는 현재 새로운 공장을 하나 지을 때마다 20억 달러 이상을 쓰고 있다.

그러나 몰레큘러 일렉트로닉스 사의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분자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처럼 엄청난 비용 절감 덕분에 분자크기의 컴퓨터 칩 제조라는 새로운 분야의 산업은 강력한 반도체 산업에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몰레큘라 엘렉트로닉스 사의 관계자들은 아직 중요한 문제 몇 가지를 해결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분자 크기의 메모리를 비롯한 기타 연산 시스템들에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이 반도체보다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결함이 있는 회로를 발견함과 동시에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다른 수십억 개의 회로들을 이용하는 방법이 개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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