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강댐 백지화' 수순이 틀렸다

  • 입력 2000년 3월 22일 19시 25분


동강댐 건설문제는 환경이냐, 건설이냐의 이분법적 접근을 넘어서는 사안이다. 지난 2년여 동안 찬반 양론이 줄기차게 이어져 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것이 단순히 수자원확보 차원이라면 댐 건설 보류문제는 어렵지 않게 결론이 났을 것이다. 그렇게 간단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오랫동안 관련 국내외 전문가 등으로부터 의견을 듣고 현장조사도 해온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21일 돌연 동강댐 건설 백지화 방침을 발표했다. 김원길(金元吉)선거대책위정책위원장은 “산림녹화와 기존 댐 연계 운영 등의 홍수예방대책을 강구하고 물절약시책을 적극 추진하면 댐 건설이 불필요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관계부처와의 협의는 물론 동강댐 건설의 타당성 검토와 사업 결정권을 갖고 있는 총리실 수질개선기획단과도 한마디 상의가 없었다. 당이 백지화한다면 백지화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며 댐 건설 백지화를 위한 당정협의도 ‘총선전’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못박았다.

민주당이 갑자기 동강댐 백지화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강원도민을 의식한 선거전략임이 틀림없다. 이미 오래 전부터 ‘동강댐’이 강원지역의 선거쟁점으로 떠오른데다 일부 환경단체들은 댐 건설 백지화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경우 여당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천명해 왔다. 김대중대통령이 지난해 8월 사견임을 전제, 동강댐 건설 유보 견해를 밝힌 것이나 이번 민주당의 댐 건설 백지화 방침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동강댐 건설의 찬반 논리에는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관련부처인 건설교통부와 환경부의 입장도 첨예하게 대립되었다. 정부가 댐 건설의 타당성과 안전성 조사를 위해 외국회사에 용역을 주고 사업 결정권을 총리실 수질개선기획단으로 넘긴 것도 수자원대책과 댐 건설 같은 중요한 국책사업은 신중한 결정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었다. 이를 민주당은 하루아침에 뒤엎어버린 것이다.

정부 수질개선기획단은 20일 물관리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동강댐 건설여부 결정은 다음달 말 공동조사단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그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백지화 방침을 밝히기에 앞서 당정간의 의견조율과 댐 건설을 대체할 종합수자원대책을 강구했어야 한다.

정부정책이 언제까지 선거논리에 휘둘릴 것인가. 동강댐 건설의 필요성을 그렇게 역설하던 건설교통부는 왜 말이 없나. 정부의 정책결정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집권당의 오만과 독선도 문제지만 정부 부처가 아직도 정치권의 눈치나 살피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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