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Technology]TV-웹사이트 속보경쟁

  • 입력 2000년 3월 22일 10시 46분


14일 오후 6시 30분에 케이블 방송인 CNBC 방송의 ‘비즈니스 센터’라는 뉴스 프로그램은 첫머리에 e베이와 야후가 합병 논의를 하고 있다는 특종보도를 했다. 이 프로그램의 공동앵커인 론 인사나는 숨가쁜 목소리로 이 소식을 전한 뒤 “인터넷 부문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 될 수도 있는 이 합병 논의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의 스티브 프랭크가 자세한 소식을 전하겠다”고 소개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CNBC의 제휴 회사이다.

프랭크의 보도는 실제 합병 거래가 임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인터넷의 거대기업 두 개가 합병을 할지도 모른다는 뉴스에 전세계 기자들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똑같은 뉴스가 월스트리트 저널에도 실렸다. 그러나 이 기사는 안쪽 페이지에 겨우 다섯 문단밖에 되지 않는 작은 크기로 실려 있었다. CNBC의 ‘비즈니스 센터’ 방송시간과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사 마감시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기사가 이렇게 작아졌을까? 프랭크를 비롯한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자들이 이 소식을 더 자세히 취재해본 후 편집자들이 기사를 크게 실을 만큼 사실이 확실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을 뿐이었다.

CNBC의 보도와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사가 보여준 차이는 TV와 신문이라는 두 매체의 차이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두 매체의 본질적인 차이는 앞으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많은 신문이 텔레비전 방송이나 월드와이드웹과 제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CNBC가 지난 화요일에 보여준 보도 자세는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케이블 방송과 웹사이트에서 기업 뉴스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능한 한 빨리 먼저 보도하는 것이 생명처럼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센터’의 제작 책임자인 케빈 매기는 “e베이나 야후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두 회사가 합병할지도 모른다는 뉴스를 빨리 알고 싶어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뉴스를 보도하기로 했다”면서 “그 뉴스가 12시간 후에도 똑같은 의미와 중요성을 유지하는가 여부가 바로 그 당시에 그 특종이 가지는 의미와 중요성을 감소시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컬럼비아 대학 언론 대학원의 뉴 미디어 센터 소장인 존 패블릭은 요즘 뉴스 프로그램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매기와 같은 태도가 전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로 그 당시에는 그 뉴스가 매우 큰 일로 보일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인터넷 시간으로 몇 시간만 지나도 그 뉴스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둔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화요일에 CNBC를 통한 프랭크의 보도를 보고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자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나 기사 마감시간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e베이와 야후의 협상이 아직 예비협상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리고 수요일 아침에 프랭크는 CNBC의 ‘스코크박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바로 이 사실을 강조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tech/00/03/biztech/articles/20cnbc.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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