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우債 전환펀드 "속탄다"…30% 원금도 못건져

  • 입력 2000년 1월 31일 2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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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채권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투신업계와 금융감독원이 합작으로 내놓은 주식형전환펀드가 투신사 운용 잘못에다 장세부진까지 겹쳐 수익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도 모르게 대우채권에 과다편입돼 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주식형펀드로 말을 갈아탄 개인투자자들은 원금도 못건지는 낭패를 보고 있는 것.

∇전환펀드의 30%가 원금손실〓한국 대한 현대 등 3대 투신사들의 대우채권 편입 공사채 수익증권에서 주식형펀드로 전환된 규모는 7조원어치. 이들 펀드중 전환가격에도 못미치는 펀드수는 평균 30%에 달하고 있다.

장세활황과 운용회사의 능력을 기대하고 주식형펀드로 말을 갈아탄 투자자들중 3분의 1수준이 공사채펀드로 머물러 있을 때보다 오히려 손해를 본 셈이다.

∇운용실수가 결정적 패인〓이들 대형 투신사들의 주식형 전환 펀드의 전체 평균 수익률은 가까스로 전환당시 기준가격을 지키고 있는 정도. 목표수익률을 초과해 상환한 펀드 등을 고려하면 원금조차 못건지는 펀드가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전환형펀드가 수익을 제대로 못내고 있는 것은 투신사들의 장세예측 실패와 운용판단 잘못 때문.

대우 공사채펀드에서 주식형으로 전환할 당시 종합주가지수가 820∼830선이었음을 감안하면 현재 투자수익률이 원금에 그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 종합지수가 940선을 넘어서고 있으니 지수만 따라가도 10%이상의 투자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게 중론. 하지만 장세향방을 가늠하지 못한 투신사들은 지수 1000에 근접해서야 주식편입을 늘리는 등 ‘거꾸로 투자’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채권 때문에 주식을 못샀다고 해명〓담당 펀드매니저들은 구조적으로 이 펀드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고 해명한다. 당장 공사채펀드에서 주식형으로 전환할 당시 현금대신 부실채권이 많아 주식을 제대로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는 것.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주식형펀드로 전환할 당시 원금을 까먹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이 앞서있었고 실제로 주식을 사기 위해 채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평균 4∼5%선의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부실채권을 팔고 주식을 사서 이익을 내려면 수익률이 평균 4∼5%선은 넘어야 했다는 설명이다.

∇향후 운용방향은〓투신사들이 가장 난감해하는 부분.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만회해준다고 주식형펀드로 바꿔놓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니 고객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이다. 더욱이 지수 930∼940선에서 전환된 2차 전환펀드는 원금조차 못건진 경우가 수두룩하다 .

각 투신사들은 대우채권 전환형 주식펀드 대책을 놓고 골머리를 짜고 있지만 주가가 큰폭 오르기 이전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일부 투신사는 이 펀드를 단타매매하는 스폿펀드 형식으로 운용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해 놓을 정도. 당장 대우채권 95% 환매가 8일로 잡혀 있어 이 부분에는 신경도 못쓰는 실정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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