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닥터의 건강학]심장질환분야 박승정 교수

  • 입력 2000년 1월 18일 20시 23분


하마터면 심장병 분야의 베스트닥터와 인터뷰를 못할 뻔 했다. 베스트닥터의 집계가 끝난 14일 오후 ‘톱’으로 뽑힌 울산대 서울중앙병원의 박승정교수(46)가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떠난다는 것이었다. 그는 세계 석학들 앞에서 싱가포르측이 미리 대기시킨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시범을 보일 예정이었다.

부랴부랴 찾아간 박교수의 사무실엔 여유가 있었다. 벽에는 밝은 색상의 그림 5개가 걸려있었고 켜놓은 PC 모니터엔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의 동화상이 움직이고 있다. 책상 위엔 세고비아의 기타연주곡 CD음반, CD꽂이엔 20여개의 CD음반이 있었다. 아무리 바빠도 그 속에서 여유를 찾는다는 그의 삶의 철학을 반영하듯.

▼적당한 스트레스는 건강에 좋다▼

박교수는 “적당한 긴장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스트레스는 일종의 자극. 좋게 받아들이고 매일 적절히 긴장하면서 살면 혈액순환이 잘 되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그는 새벽5시에 일어나 러닝머신에서 간단히 운동한 다음 오전6시경 병원에 도착해 수술하고 오후엔 외래환자를 본다. 1주일에 반은 오후7시에 퇴근하고 반은 밤10시 넘어서 퇴근하지만 집에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언제 호출이 올지 모르기 때문. 하루 밤새 5번 병원에 불려간 적도 있다.

그는 심장팀의 의사와 간호사 30여명을 병원 부근에 살게 하고 있다. 모두 응급환자가 오면 10분 안에 수술실로 뛰어 들어올 수 있는 거리다.

박교수는 “스트레스를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적극적이고 밝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술도 무조건 해롭지는 않다고 말한다. 적당한 술은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증가시켜 동맥경화를 예방한다는 설명.

그러나 지나치면 간 못지 않게 심장에도 해롭다. 다량의 알코올은 심장근육을 직접 공격하고 심장을 흐물흐물하게 만드는 ‘알코올성 심근증’을 불러올 수 있다.담배에 대해선 무조건 일찍 끊는 것이 상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시운이 나를 띄웠다"▼

박교수는 국내 첫 시도, 첫 성공의 연속행진을 해왔다. 88년 ‘승모판 협심증’ 환자에게 다리 동맥을 통해 풍선을 집어 넣어 넓혀주는 시술을 국내 첫 성공했다. 91년엔 관상동맥에 찌꺼기가 낀 협심증 환자에게 다리 동맥을 통해 금속망을 넣어 관상동맥을 넓히는 수술을 국내 첫 성공.

97년엔 미국 하버드대 스테판 오스텔리교수로부터 ‘정신나간 사람’이란 욕까지 들었다. 관상동맥 중 ‘좌관동맥주간부’가 좁아진 경우 그때까지만 해도 외과에서 우회로를 만드는 수술로만 치료할 수 있다고 여겨져왔다. 그런데 박교수가 금속망 시술을 도입한 것. 지난해 9월 오스텔리교수는 “박교수의 생각이 옳았다”면서 박교수를 초청, 특별강연회를 열었다.

“심장내과의 세계적 흐름이 20여년전부터 진단 위주에서 치료를 병행하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내 나이가 그 흐름을 받아들이기 가장 좋았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낳은게 아닐까요.”

박교수는 96년부터 국제혈관확장술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있으며 1년에 서너번 해외학회에 참석할 때 외에는 단 하루도 병원에 나오지 않는 날이 없다. 연간 1500∼2000명의 환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협심증과 심근경색▼

“협심증은 빨리 발견해 치료받으면 돌연사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박교수는 강조한다.

협심증의 경우 대부분 2∼3분 동안 가슴 한가운데가 짓누르거나 빠개지는 듯한 통증이 오면서 시작된다. 때로 팔이나 목으로 퍼지기도 한다. 처음엔 계단이나 육교를 오르거나 급히 움직일 때 아팠다가 쉬면 덜 아프며 추운 날씨나 식사 직후에 통증이 더 잘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다가 가만히 앉아있어도 통증이 온다.

일부에서는 통증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고령이나 당뇨병환자는 통증을 못느끼면서 협심증이 진행되고 담배를 오래 핀 사람은 새벽녘이나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통증이 온다.

협심증의 경우 증세에 따라 약물요법 풍선확장술 금속망시술 등 적절한 치료법을 쓴다. 박교수는 세계 최초로 협심증 환자에게 금속망시술과 함께 방사선치료를 병행해 30% 이상이던 재발률을 5% 정도로 떨어뜨렸다.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막혀 심장근육이 죽는 것. 30분 이상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더러 구역질을 하거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정신을 잃기도 한다.

이때 재빨리 병원에 가야한다. 최근 발작 12시간 뒤 병원에 온 환자를 살린 경우도 있지만 환자가 증세를 보이면 주위에선 곧장 119에 전화를 걸어 1시간 내, 늦어도 6시간내 병원에서 혈전용해제를 투여받거나 풍선확장술이나 금속망시술 등을 받아야 환자를 구할 수 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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