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쓰레기와 돈

  • 입력 1999년 11월 18일 2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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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싱가포르. 미국 청년이 자동차에 페인트를 뿌려 체포됐다. 그에게 내려진 형벌은 곤장 6대. 미국 클린턴대통령이 싱가포르총리에게 편지도 보냈지만 형벌은 6대에서 4대로 준 게 고작이었다. 반달리즘(야만적 문화파괴)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쓰레기를 버리면 어떻게 될까. ‘사회봉사’표지가 있는 옷을 입고 일정시간 공공장소 청소를 해야된다. 불응하면 구속이다. 쓰레기 투기를 왜 벌금을 부과하는 다른 경범죄와는 달리 취급할까.

▽우리나라에서도 내년 1월 1일부터 쓰레기를 버리려다간 큰코 다친다. 환경부가 현장을 적발해 신고하는 사람에겐 투기자가 물 과태료의 80%까지 포상금으로 지급하기로 했기 때문. 담배꽁초 등을 버린 사람을 신고하면 4만원, 비닐봉지 등에 담아 버리는 행위 신고에는 8만원, 행락지 쓰레기 투기 신고에는 16만원, 차량이용 쓰레기 투기와 건축폐기물 투기 신고에는 40만원과 80만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물론 신고에는 현장사진 등이 수반돼야 하는 번거로움은 따른다.

▽이렇게 포상금까지 주기로 한 것은 현행 쓰레기 투기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법이 제구실을 못한다는 의미다. ‘나 하나쯤’이란 생각으로 몰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을 행정력으로 잡아내기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특히 행락철에는 속수무책이라는 게 환경부의 토로다. 이 제도는 이미 일부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다. 서울시 7개 자치구는 125건의 신고를 받아 건당 1만∼3만원씩 모두 249만여원을 지급했다.

▽미국의 뉴욕주도 신고자에게 과태료의 50%를 포상하는 제도가 있다고 한다.하지만 역시 떨떠름한 구석은 있다. 현실적으로 이웃간 반목이 생길 수 있고, 카메라를 들고 불법행위를 찾는 신종 전문직종이 생길 수도 있다. 2002년에는 월드컵도 열린다. 클린 코리아가 돼야 한다. 그러나 이 제도가 얼마나 기여할지 두고 볼 일이다.

〈윤득헌 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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