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인 북]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입력 1999-08-06 19:31수정 2009-09-23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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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 야콥 부르크하르트 지음/안인희 옮김/푸른숲/751쪽 2만9천원▼

고대(古代)의 ‘부활(르네상스)’이라는 매력적인 단어는 한 시대를 가리키는 이름이기도 하다. 고대의 부활이 없었더라도 과학기술과 경제의 발달은 유럽의 14∼16세기를 중요한 변화의 시대로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는 고대 그리스 로마의 문화가 얼마나 풍요로운 인류의 정신적 자산인가를 가르쳐 주었다. 1860년 이탈리아 문화의 조감도를 그려낸 이 역작의 발간 이후 ‘르네상스’는 역사학의 일반용어가 됐다.

스위스에서 태어난 야콥 부르크하르트(1818∼1897)는 독일 베를린대학에서 랑케의 제자가 됐다. 근대 역사학의 문을 연 랑케는 사실들 사이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규명해 그 시대의 지배적 경향을 읽어내려 했다. 그러나 부르크하르트는 사회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을 통해 ‘시대의 초상화’를 그려내는 문화사관을 주창했다.

그는 이 시기 이탈리아의 역사를 시간의 순서에 따른 변화의 양상이 아니라 역사의 횡단면을 가로지르는 파노라마로 펼쳐 놓았다. 이를 통해 이 시대의 화두가 신으로부터 인간으로의 관심 이동이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때로는 너무나 많은 사실들의 서술이 독자를 혼란스럽게도 하지만 저자는 이 시대를 하나의 풍성한 그림으로 나타낸다. 예를 들어 전쟁마저도 그에게는 하나의 예술품으로 묘사된다. 개인의식을 갖게 된 병사들, 무기와 축성기술의 발달, 그리고 인문주의 정신으로 작성된 보고서 등이 전쟁이라는 작품을 만들어 냈다고 본다.

정치와 전쟁에서부터 개인의식의 형성, 인문주의의 발전, 세계와 인간을 반영한 예술과 축제, 그리고 흔들리는 신앙심까지. 저자는 이 시대의 사람들이 신의 역사나 왕의 역사가 아닌 인간의 역사를 갖게 됐음을 전해 준다.

그리고 16세기 인문주의자들의 몰락과 함께 이 시대의 막이 내리는 모습도 그려 낸다. 경박단소(輕薄短小)한 문화의 시대에 살면서 이러한 문화사의 고전을 만난다는 것은 큰 기쁨이다.〈김형찬기자·철학박사〉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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