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정희기념사업 모금의 「조건」

동아일보 입력 1999-07-28 19:35수정 2009-09-2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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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故)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에 대한 기념사업, 그 자체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박전대통령을 기리는 사람들이 민간차원에서 기념사업을 벌이는 것은 그들의 가치관과 의사에 맡길 일이다. 그러나 정부차원의 기념사업은 다르다. 정부는 국민 전체의 의사를 존중하고 대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전대통령의 경우, 그에 대한 국민의 시각은 여전히 첨예하게 갈라져 있다. ‘근대화의 선구자’와 ‘독재자’라는 상반된 평가가 엄존하고 있다.

또한 역사적 인물로서 박정희를 평가하기에는 아직은 때가 이르다. 박정희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아직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사업은 그 시점에 있어 현정권이 추구하고 있는 전국정당화를 위한 ‘동진(東進)정책’과 맞물리면서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소지가 적지 않다. 우리가 이미 본란을 통해 정부차원의 박전대통령 기념사업지원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박정희대통령 기념사업회’는 26일 공식 출범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명예회장이다. 정치적으로 가장 큰 박해를 받았던 인물이 가해자의 기념사업에 앞장 선 셈이니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낄 만하다. 발기인의 면면을 보면 가히 초당파적이고 초지역적이다. 회장은 박정희정권 말기 총리를 지낸 분이고, 부회장에는 여야정당의 주요인물들이 포진했다. 또 30명의 이사진도 저명인사들이니 그 진용만으로도 여느 ‘역사적 인물’의 기념사업회에 비할 바가 아니다.

기념사업회의 활동계획 중 주목을 받는 것은 ‘기념관 건립을 위한 모금활동’이다. 아직 모금대상과 방식 등 구체적 내용은 모르겠으나 우리가 특히 이 부분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 단체의 성격이나 참여인물들로 보아 자칫 성금모금이 대기업에 대한 준조세 성격의 할당액 징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이런 우려는 이 사업회 이사진에 경총회장, 무역협회회장, 대한상의회장, 전경련부회장 등 국내 최고의 경제단체장들이 망라되어있다는 점에서 짙어진다.

활동을 시작하기 전부터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뛸지 모르겠다. 또 그런 일이 절대 없기를 바라고, 없을 것으로 믿는다. 다만 노파심에서 말한다면 과거의 예로 볼때 그런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얼마전 겉으로는 대한적십자사가 앞장섰지만 실제는 정부가 지원한 대북 비료지원 성금모금이 지지부진하자 대기업에 100억원이나 부담을 지우지 않았던가. 이번 박전대통령 기념사업이 국민의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진행되는 것인 만큼 그런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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