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국회 입법청원제]참여연대 중심 활성화 논의

  • 입력 1999년 7월 26일 19시 20분


참여연대가 부패방지법을 입법청원한 것은 96년 11월. 2년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여당인 국민회의에서 한두 차례 논의만 됐을 뿐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

또 지난해부터 △부가가치세법 △금융실명제법 △국민건강보건법 △국민연금에 관한 법률 △임대주택관리법 △인권위원회법 등 14개의 개혁법안을 골라 입법청원을 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낮잠을 자고 있거나 아예 폐기처분된 상태. 일반 국민이나 시민단체들에 있어 국회 입법청원제도는 먹자니 먹을 게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계륵(鷄肋)’과도 같다.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자니 유명무실하고, 그렇다고 없애자고 나서기에는 아쉬움이 남기 때문.

현행 헌법26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청원에 대해 심사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 청원심사규칙 7조2항에도 ‘위원회는 청원의 회부일로부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90일 이내에 심사결과를 의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처리시한을 못박고 있다.

하지만 심사규칙조항은 강제조항이 아닌 훈시규정. 헌법은 ‘의무가 있다’고 강제성을 부여하고 있지만 하위법인 심사규칙은 지켜도 그만, 안지켜도 그만이다. 국회법에 정한 청원절차를 보면 청원자가 국회의원의 소개를 얻어 청원서를 제출하면 국회의장이 소관위원회에 회부해 심의토록 하고, 소관 상임위에서는 청원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附議)여부를 결정한다.

본회의에 넘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는 청원은 의장에게 보고하고, 의장은 이를 청원인에게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청원한지 수년이 지나도록 청원입법안이 국회에서 어떻게 됐는지 그 결과를 통보받는 청원인은 드물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국회는 청원법안만 집어먹고, 결과는 내놓지 않는 고장난 자판기’라고 비판한다.

참여연대의 요구로 4월 국회 사무처가 공개한 자료를 분석해보면 입법청원안이 국회에서 얼마나 홀대받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96년 15대 국회 개원 이후 올 3월31일까지 국회에 접수된 273건의 입법청원안 중 처리된 것은 불과 26.7%인 73건. 나머지 200건(73.3%)은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그나마 처리된 73건 중에 채택된 입법청원안은 단 1건도 없고, 철회 4건, 불부의가 69건이었다. 또 본회의에 부의되지 않은 69건의 평균 처리일수도 4개월 18일로 나타났다. ‘청원의 90일 이내 처리 의무규정’이 철저히 무시된 셈이다. 물론 국회로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회 김갑성(金甲成)청원계장은 “입법청원안은 아무래도 다른 일반법안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국회 상임위에서 일반법안들을 처리하다 보면 성격이 유사한 법안으로 청원안을 대신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계장은 “입법청원안의 대부분이 본회의에서 채택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50∼60% 정도는 일반 법률조항에 반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청원안과 성격이 유사한 일반법률에 반영되더라도 핵심 사항은 삭제된 채 형식적인 구색 맞추기 정도”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경실련 위평량(魏枰良)정책부실장은 “국회에 입법청원을 해서 효과를 봤다는 기억이 별로 없다”고 꼬집었다.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인 이석연(李石淵)변호사는 “헌법이 심사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했는데도 국회법은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며 “입법청원안의 심사에 대한 강행규정을 삽입하는 것을 골자로 국회법을 전반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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