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눠먹기식 개각」안된다

  • 입력 1999년 5월 18일 19시 06분


제2차 정부조직개편이 마무리됨에 따라 늦어도 내달초에는 큰 폭의 개각이 이루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보건복지부와 해양수산부 등 6개 부처 장관이 개별적 사유로 교체되기는 했으나 전면 개각으로는 지난해 2월 새정부가 출범한 이래 15개월만에 처음인 셈이다.

개각에 앞서 신설되는 중앙인사위 기획예산처 국정홍보처의 장이 임명될 것이어서 이번 개각의 내용에 따라서는 정부의 틀을 새롭게 짜는 일신된 모습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김영삼(金泳三·YS)정부와 비교해 볼 때 지금까지 드러난 김대중(金大中)정부의 인사 특징은 상대적으로 장관의 재임기간이 길다는 점이다. YS정부에서는 5년 임기동안 국무총리가 6번이나 교체되는 등 걸핏하면 장관이 바뀌곤 했다. 이른바 ‘깜짝쇼 인선’에 의한 잦은 개각으로 업무의 효율성과 연속성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따랐다.

그러나 장관을 오래 앉혀놓는다고 해서 국정이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정권의 논공행상식으로 이 사람 앉혔다가 저 사람도 앉히고 하는 식이어서는 안되겠지만 바꿔야 할 때는 바꿔야 한다. 질질 끌다가 교체시기를 놓치면 그만큼 국정혼란과 국가적 손실만 커질 뿐이다.

지난번 말썽이 된 한일어업협정 이후 시간을 끌다 경질된 해양수산부 장관의 경우가 그 실례다. 그밖에 몇몇 장관들도 오래전부터 과연 그 자리에 맞는 인물인지를 두고 구설수에 올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DJP(김대중―김종필·金鍾泌)공동정권의 ‘나눠먹기식’ 인사에 있다. 법무 국방 행정자치부 등 권력부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재정경제부를 비롯한 보건복지 해양수산부 등은 김종필 총리가 인사권을 행사하는 식이다.

공동정권 운영에 따른‘합의사항’이라고는 하나 국정의 주요 부문을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할 장관 자리에 전문성이나 능력보다 정파간 자리 배분이 우선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고 장관은 그 세금에서 녹을 받고 일하는 공복(公僕)이다. 정파간 나눠먹기로 앉힐 자리가 아니다.

정부조직개편으로 공직사회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는 보도다. 정부는 공무원의 사기진작을 위해 일부 수당지급 등 ‘당근’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나 공직사회를 안정시키는 첫걸음은 바른 인사다.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부터 전문성과 능력, 비전과 책임감을 갖춘 인물들로 채워야 한다. 더이상 관료사회를 개혁한답시고 정치인이나 당료출신 인사를 앉혀서는 안된다.

이미 한일어업협정 국민연금 등에서 이 정부는 심각한 국정난맥과 무능을 드러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논리에 좌우되지 않을 능력있고 튼튼한 ‘실무내각’이 요구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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