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에 앞서 신설되는 중앙인사위 기획예산처 국정홍보처의 장이 임명될 것이어서 이번 개각의 내용에 따라서는 정부의 틀을 새롭게 짜는 일신된 모습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김영삼(金泳三·YS)정부와 비교해 볼 때 지금까지 드러난 김대중(金大中)정부의 인사 특징은 상대적으로 장관의 재임기간이 길다는 점이다. YS정부에서는 5년 임기동안 국무총리가 6번이나 교체되는 등 걸핏하면 장관이 바뀌곤 했다. 이른바 ‘깜짝쇼 인선’에 의한 잦은 개각으로 업무의 효율성과 연속성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따랐다.
그러나 장관을 오래 앉혀놓는다고 해서 국정이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정권의 논공행상식으로 이 사람 앉혔다가 저 사람도 앉히고 하는 식이어서는 안되겠지만 바꿔야 할 때는 바꿔야 한다. 질질 끌다가 교체시기를 놓치면 그만큼 국정혼란과 국가적 손실만 커질 뿐이다.
지난번 말썽이 된 한일어업협정 이후 시간을 끌다 경질된 해양수산부 장관의 경우가 그 실례다. 그밖에 몇몇 장관들도 오래전부터 과연 그 자리에 맞는 인물인지를 두고 구설수에 올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DJP(김대중―김종필·金鍾泌)공동정권의 ‘나눠먹기식’ 인사에 있다. 법무 국방 행정자치부 등 권력부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재정경제부를 비롯한 보건복지 해양수산부 등은 김종필 총리가 인사권을 행사하는 식이다.
공동정권 운영에 따른‘합의사항’이라고는 하나 국정의 주요 부문을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할 장관 자리에 전문성이나 능력보다 정파간 자리 배분이 우선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고 장관은 그 세금에서 녹을 받고 일하는 공복(公僕)이다. 정파간 나눠먹기로 앉힐 자리가 아니다.
정부조직개편으로 공직사회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는 보도다. 정부는 공무원의 사기진작을 위해 일부 수당지급 등 ‘당근’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나 공직사회를 안정시키는 첫걸음은 바른 인사다.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부터 전문성과 능력, 비전과 책임감을 갖춘 인물들로 채워야 한다. 더이상 관료사회를 개혁한답시고 정치인이나 당료출신 인사를 앉혀서는 안된다.
이미 한일어업협정 국민연금 등에서 이 정부는 심각한 국정난맥과 무능을 드러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논리에 좌우되지 않을 능력있고 튼튼한 ‘실무내각’이 요구되는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