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집중진단/음모론]사회적 기능/「양면 혼재」

  • 입력 1999년 5월 17일 19시 28분


음모론은 현실을 돌파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불확실성의 이유를 밝혀내려는 방법론 중 하나다. 그러나 정밀한 과학적인 방법론은 아니다.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 음모를 찾아내려다 보니 상상력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까지 학문의 대상 혹은 학문적 방법론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우리에게 음모론은 무엇인가. 주은우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왜곡된 현대사에서 음모론의 의의를 찾는다. “독재시절 소문으로만 떠돌던 얘기가 이제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음모론은 한국인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다.”

문화비평가 곽동훈(문화잡지 ‘펄프’ 편집장)은 “음모이론은 본질적으로 기존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설명한다. 현실주도세력의 감춰진 음모를 파헤치고 그들에 의해 조작된 현실을 비판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나 정치집단 등 거대세력의 횡포가 횡행하는 사회에선 음모론이 견제와 비판의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음모론의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나의 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방편으로 음모론을 이용할 때 그렇다.

고대로마에서는 기독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이용됐고, 19세기말 유태인이 세계를 정복하려 한다는 ‘유태인 음모론’은 결국 20세기 나치의 유태인 대학살로 이어졌다. 공산주의자를 탄압한 미국의 매카시즘도 같은 맥락이다.

이 경우 음모론은 기득권이 자신의 세력을 유지하기 위한, 희생양 만들기에 불과하다.

음모론은 또한 모든 것을 선악의 이원론적 대립으로 몰고갈 우려도 있다. ‘우리 편’만 아니면 ‘악의 편’의 음모로 간주한다.

따라서 편 가르기가 아닌, 진정으로 비판적 기능을 수행할 때 음모론은 그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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