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눈덩이 나라 빚

  • 입력 1998년 12월 28일 19시 46분


환란의 후유증으로 국가채무가 엄청나게 늘고 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내년 말에는 96조원, 2002년 말에는 1백6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나라 빚이 쌓이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빚의 규모가 국내총생산의 28%나 되고 국민 1인당 3백50만원꼴로 빚을 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것도 정부의 보증채무를 빼고 국채발행이나 한은차입 등 직접 빌려 쓴 돈만 따져서 그 정도라는 얘기다. 앞으로의 나라살림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어차피 경제는 선택이다.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는 희생하게 마련이다. 바닥권의 경기를 부양하려면 재정지출이 확대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결국 국가의 빚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긴축만 하다보면 경제는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 우리에게 어느 정도의 재정적자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규모가 이 정도에 이를 줄은 몰랐다. 문제는 국가채무라는 것이 한번 증가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다는 데 있다. 여간해선 흑자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나라의 빚이 커지면 우선 나타나는 것이 인플레이션이다.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한국은행이 떠안으면서 그만큼 돈을 찍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금리가 오르면 경제성장은 둔화되고 국가채무는 다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2차대전과 대공황때 대규모 국채를 발행했던 일부 선진국들이 갖은 애를 썼는데도 국가채무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던 이유가 그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빚이 누적되면 정부예산에서 지출해야 할 이자 때문에 재정지출이 제약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예산에서 이자를 내고 나면 실업대책이나 경기정책에 지출할 돈이 없어진다. 내년에도 재정적자가 더 커진다니 그렇게 될 날이 차츰 목전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그 때는 경기부양책을 쓸 여력도 그나마 없어진다. 그런데도 지금은 발등의 불이 급하다보니 나라빚의 심각성을 제대로 짚어내는 목소리조차 없는 실정이다.

당장 뾰족한 대안은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수년내 닥칠 재앙을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쯤 국가채무에 대한 주의가 환기되어 그 심각성을 모두가 걱정해야 한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장기계획을 세우는 것이 급선무다.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이유로 빚을 얻어 방만하게 재정을 꾸려나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공기업 등 대규모 국가보유 재산을 서둘러 매각해 초기에 국가채무의 증가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그런 노력을 게을리 할 경우 정부는 훗날 환란을 일으킨 전정권에 못지 않은 비판을 받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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