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프랑스-伊의 음주문화

입력 1998-12-06 19:21수정 2009-09-2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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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4일 오후 10시경 프랑스 파리의 ‘먹자거리’로 유명한 소르본대학 인근 생 미셀광장. 1백여개 레스토랑에서 포도주와 음식을 즐기던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자가용을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음주단속을 신경쓰는 사람도 없고 실제로 음주단속을 하는 경찰도 보이지 않는다.

10월27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압구정동’이라 할 수 있는 두오모 광장. 오후 11시가 되자 인근 레스토랑에서 술을 마신 사람들이 가족을 차에 태우고 스스럼없이 운전대를 잡는다. 거리의 경찰도 음주운전에는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한국인의 눈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음주운전의 천국’같아 보인다. 실제로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주운전을 많이 한다. ‘운전자 다섯명 중 한명은 음주운전’이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다.

그런데 왜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음주운전 사고건수나 사상자 수가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을까.

지난해 한국의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는 1천4명. 그러나 프랑스는 4백67명에 불과했다. 한국(1천만대)과 프랑스(3천1백만대)의 차량대수를 감안하면 한국은 프랑스보다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사망비율이 6배나 높은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음주문화의 차이가 사고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파리에서 3년째 근무중인 경찰청 파리주재관 하옥현 총경은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선 퍼붓듯이 술을 마시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식사를 하면서 가볍게 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이들의 음주문화”라고 설명했다.

또 식사후 따로 술만 마시는 2차, 3차 문화가 없다. 2∼3시간 걸리는 식사시간에 포도주를 몇 잔 마시는게 전부다. 이 때문에 만취 상태에서의 운전은 상상할 수도 없다는 얘기다.

이탈리아에서 22년째 살고 있는 이수길 교민회장은 “저녁모임은 꼭 가족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폭음은 생각할 수도 없다”며 “설사 술을 몇잔 마셨더라도 집에 돌아갈 때는 완전히 깬 상태에서 차를 몰게 된다”고 말했다.

물론 프랑스와 이탈리아에도 음주운전 처벌기준이 있다. 우리나라와 똑같이 혈중 알코올농도가 0.05%를 넘으면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그런 상태에서 운전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경찰도 눈에 불을 켜고 단속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파리·밀라노〓이병기기자〉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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