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민병돈/국군포로 송환 적극 나설때

  • 입력 1998년 11월 25일 19시 17분


6·25전쟁 이후 40여년간 북한에 억류됐던 국군포로 문제가 지금 또다시 우리 사회에 대두되고 있다.

엊그제 국회 국방위에서 탈북 귀환한 국군포로 양순용(梁珣容)씨와 장무환(張茂煥)씨가 북한내 국군포로들의 근황에 관하여 증언했다. 내용인즉 소설의 허구 속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잔인한 학대 속의 그 비참한 생존실태, 고향의 가족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 그 ‘지옥’으로부터의 탈출 및 귀환 역정, 그곳에 남아 죽어가고 있을 피붙이를 생각하며 느끼는 가슴아픔, 그들을 생각해 주지 않은 우리정부에 대한 섭섭함의 토로였다.

▼역대정권의 직무유기

두 귀환포로의 피맺힌 증언은 또다시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특히 6·25전쟁에서 살아남은 우리는 죄책감에 고개를 들 수조차 없다. 그동안의 정치 지도자들과 역대정부는 이로 인한 어떤 질책에도 변명할 수 없을 것이다. 침략을 받아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려고 전쟁터에 나가 적과 싸우다 포로가 된 국민을 구해주지 않은 것은 중대한 직무유기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지도자들의 자질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지도자의 고매한 인격, 진심으로 국민을 사랑하며 나라를 위해 희생 봉사하는 자세 말이다. 외국의 유명한 지도자들을 보자.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지 4년만에 보어전쟁에 참전했다가 적에게 포로로 잡혔으나 탈출 귀환하여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

프랑스의 샤를 드골은 육사를 졸업한 후 제1차 세계대전에 출전하여 부상하고 독일군에 포로가 되기도 하였다. 미국의 존 F케네디는 제2차 세계대전에 해군 어뢰정장으로 출전하여 일본 구축함의 공격을 받아 격침되었으나 부하들을 잘 구출하고 살아나 영웅이 되었다.

우리의 지도자들은 입만 열면 애국과 희생과 봉사를 외친다. 그런데 그들은 6·25 때 어디에 있었는가. 위기에 처한 조국을 위하여 총들고 싸웠는가. 어린 학생들마저 총들고 전선으로 나선 마당에. 지난 세월 그 지도자들이 진실로 국민을 사랑했더라면 2만명의 미귀환 국군포로들의 안위를 그렇게 외면하고 지냈겠는가. 자기 정권의 연장이나 정권의 쟁취에는 그렇게도 집착하던 사람들이.

지난해 12월 탈북 귀환한 양순용씨에게, 44년6개월간 북한 아오지 탄광에서 포로생활을 한 그에게 정부는 지원금으로 2백2만원을 주겠다고 했고 양씨는 이를 거절했다. 이 보도를 접한 필자는 순간 80년 광주 희생자에게 지급된 억대의 보상금을 떠올렸다. 이것이 바로 이 나라 지도자들의 가치판단수준이로구나 하면서….

비좁은 한반도에서 북한과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우리가, 그리고 조국통일을 기대하고 있는 우리가 이러고도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금년 여름에 터져나온 병무비리, 선거 때마다 시끄럽던 일부 후보 또는 그 자제의 병역시비는 또 무엇을 말해주는 것인가. 도대체 이런 나라가 이 지구상에 우리나라 말고 또 있을까.

6·25전쟁 정전 후 4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국이 전사한 미군 유해 발굴 및 송환에 막대한 예산과 노력을 투입하고 있음은 우리국민도 익히 알고 있다. 이스라엘은 전투중 실종자를 사망으로 확인할 때까지 현역으로 대우, 진급도 시키고 가정에 봉급도 보내주며 돌봐준다. 실종된 중위를 중령까지 진급시킨 예도 있다. 다인종 다민종 국가인 미국의 국민통합과 작은 강국 이스라엘 국민의 애국심의 원천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45년 이상이나 적지에 억류당하여 혹독한 탄압 속에 연명해가는 국군포로들은 생각조차 해주지 않으면서 거액의 돈과 식량을 북한에 보내주는 ‘이상한 동포애’와 역시 거액의 돈을 북한에 주며 호화여객선을 타고가는‘금강산관광객들’은우리를 착잡하고 혼란스럽게 한다.

▼미전향수와 교환 가능

이제 우리 모두 맹성(猛省)과 함께 국군포로송환을 위한 노력을 하루빨리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이미 70대에 들어선 국군포로들의 생애가 얼마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에서 미전향 장기수들과 국군포로의 교환문제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한 것은 전진적인 자세로 보인다. 김영삼 정부 때 미전향 장기수 이인모(李仁模)노인을 ‘조건없이’ 북한으로 보내주며 우리 국군포로 귀환문제를 거론조차 하지 않은 잘못을 다시 저질러서는 안된다.대한적십자사 재향군인회 각 종교 및 사회단체들과 뜻있는 인사들은 정부의 대책기구와 긴밀히 협력하고 국제적십자사 유엔 등 국제기구, 종교 및 인권단체들과 연계하여 그들의 협조를 받아가며 이 문제를 드러내놓고 풀어가야 할 것이다. 더이상 지체해서는 안된다. 서둘러야 한다.민병돈(전 육군사관학교장·예비역 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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