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엿보기]「제로섬」원칙 철저한 선물시장

  • 입력 1998년 10월 6일 20시 01분


요즘처럼 미국 주가가 곤두박질치면 뉴욕증권거래소(NYSE) 거래인의 침울해진 표정이 자주 언론에 보도된다.

미국에는 뉴욕증시 말고도 시카고시장이라는 또다른 금융중심지가 있다. 그러나 이곳 관계자들의 표정사진이 신문이나 방송을 타는 경우는 가뭄에 콩나듯 드물다.

왜 언론은 굳이 뉴욕증시 사진을 고집하는 걸까.

언론의 이같은 ‘뉴욕 짝사랑’은 두 도시에서 거래되는 금융상품의 성격이 현저하게 다른데서 비롯된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현물(現物)주식이 거래된다. 주가가 오르거나 떨어지면 모든 시장 참가자가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본다. 따라서 증시의 표정이 ‘모’나 ‘도’로 뚜렷하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경우 거래대상이 금융상품(주식 금리)이든 원자재(금 원유 등)든 선물(先物)거래만 이뤄진다. 선물시장은 원래 가격상승과 하락을 예상하는 두 집단이 있어야 거래가 형성되는 곳.

따라서 선물가격이 올라 누군가가 쾌재를 부른다면 그 옆에는 같은 액수만큼 손해를 입어 가슴을 치는 사람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이는 선물시장의 ‘제로 섬’원칙이다. 따라서 같은 시간대에라도 우는 표정과 웃는 표정이 공존하는 이 시장은 그날의 ‘경제기상’을 보여주는 사진이 되기 힘들다.

시카고시장에는 이밖에도 가격변화에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제삼의 세력이 있다. 위험을 회피(헤지)하기 위해 선물거래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시카고시장에는 이처럼 언제나 ‘세 가지’ 표정이 공존한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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