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밤길 신호기다릴때 전조등 끄지 마세요

  • 입력 1998년 7월 20일 08시 15분


8년전 운전면허를 딴 회사원 서명준(徐明俊·32·서울 마포구 용강동)씨. 그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야간운전 중 신호를 기다릴 때는 전조등을 꺼놓고 있다가 앞차가 움직이면 다시 켜곤 했다.

면허를 딴 뒤 시내연수를 받을때 강사로부터 “신호대기중에도 전조등을 켜놓으면 앞차 운전자가 눈이 부시니 밤에는 차를 멈추면서 전조등을 끄는게 예의”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

그러다 작년말 접촉사고를 냈다. 전조등 켜는 것을 깜박 잊고 달리다 차선을 바꾸면서 옆차 범퍼를 들이받은 것. 그 뒤 보험회사 직원으로 부터 외국에서는 안전운전을 위해 대낮에도 전조등을 켜고 다닌다는 얘기를 듣고 비로소 자신의 상식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

도로교통안전협회가 야간주행차량의 전조등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서씨와 같은 운전자가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초 이틀간 오후 8시반부터 9시반까지 서울 충무로4가 교차로 등에서 야간주행차량의 등화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신호대기 차량 4백41대 중 49.4%인 2백18대가 전조등을 껐다.

또 조사지점을 통과한 1천6백68대의 차량중 1백14대(6.8%)는 전조등 켜는 것을 잊고 그대로 통과했다.

전조등을 끄는 이유에 대해서는 조사대상 운전자의 90.5%가 “앞차량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조사에 참여했던 교통과학연구원 교통행동연구실장 신용균씨는 “운전자 설문조사를 하면 80% 정도가 ‘야간에는 반드시 전조등을 켜야 한다’고 얘기하면서도 신호대기중 실제로는 절반밖에 켜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운전습관은 운전자들이 야간 전조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밤에는 물론 요즘같은 장마철에는 대낮에도 앞이 잘 안보일 때가 많아 전조등을 켜야 하는데 이를 잘 지키지 않다는 것.

그렇다면 전조등과 교통사고 사이에는 어떤 함수관계가 있을까.

교통안전공단은 최근 ‘점등운행에 관한 연구’를 통해 자동차 등화장치를 제대로 활용하면 교통사고를 2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터널을 지날때는 순간 시력이 0에 가까운데도 차폭등이나 전조등을 켜는 차량은 30%도 안된다는 것이다.

공단측은 △눈 비 안개지역을 주행할 때는 대낮이라도 무조건 전조등을 켜고 △하절기(3∼10월)에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동절기(11∼12월)에는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반드시 전조등을 켜고 운행하도록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