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규민/용병의 세계

  • 입력 1998년 7월 6일 19시 56분


용병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길다. 이미 고대 그리스 시대에 자국민 보호를 위해 용병을 고용한 기록이 있다. 직업군 형식의 근대적 용병이 생긴 것은 국경충돌이 잦았던 12세기 유럽에서부터였다. 90년대 들어 냉전이 종식된 후 지구상에 국지분쟁이 크게 늘면서 용병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 틈에 미국 영국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는 다국적 거대기업 형태의 용병회사까지 태어났다. 수천명의 전쟁베테랑들과 최신형 전투기까지 갖춘 회사들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개중에는 연간 매출이 20억달러(약 2조8천억원)를 넘는 회사도 있다. 남아공의 이규제큐티브 아웃컴스사는 국지분쟁이 가장 많은 아프리카에 있기 때문에 요즘 대목을 맞았다.

▼용병은 충성심이 약하다는 단점도 있지만 첨단기기와 고도의 훈련으로 무장하고 있어 거의 백전백승이다. 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간의 포클랜드전쟁 때 이 섬에 상륙해 현지군을 잔인하게 진압했던 부대는 동남아인들로 구성된 용병대였다.

3년 전 자이르에서는 반군측 용병 2백여명이 3만명에 가까운 정부군을 궤멸시켜 화제가 됐었다. 그 후 아프리카 전장에서는 용병이 나타났다는 소문만으로도 대항군이 달아나 승부가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계전쟁사에 전설처럼 남아 있는 1백67년 전통의 프랑스 용병부대 레종 에트랑제에 진출했던 이창형(李漲炯)씨의 체험기가 화제다. 이 부대 입대를 원하는 젊은이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병역기피가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터에 남의 나라 용병에 자원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러 군데에서 나타나는 환란의 여파를 보는 듯해 씁쓸하기만 하다.

이규민<논설위원>kyu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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