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폭력시위 유감

  • 입력 1998년 5월 2일 19시 22분


근로자의 날인 1일 새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서울 도심에서 시위대와 진압경찰이 맞서는 폭력시위가 발생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쇠파이프 돌멩이 최루탄이 난무하고 밤늦게까지 도심 한복판의 교통이 마비됐다. 평화적으로 끝나기를 바랐던 노동절 집회가 결국 폭력 사태로까지 나아간 것은 우리 경제의 현실을 감안할 때 크게 우려할 일이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 경제난으로 누구보다도 큰 아픔을 겪고 있는 근로자와 실업자들의 울분에 찬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사회 전체가 고통을 분담한다고는 하지만 실직자나 노동자들은 그들만이 아픔을 전담하고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폭력시위는 안정속의 경제회복을 바라는 대다수 국민들의 염원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어떤 경우의 시위에도 폭력은 용납되지 않는다. 주장할 사안이 절박하면 할수록 표현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평화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노동계에 동정적이던 시선도 차갑게 바뀔 수 있다. 특히 1일의 노동절 시위에는 대학생들이 대거 가세해 시위자체가 노학연대를 통한 정치투쟁으로 변질된 인상을 준 것은 대단히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우리에게 지금 가장 급한 것은 외국자본을 유치해 경제를 되살리고 일자리를 유지하고 마련하는 일이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가들은 노동자들의 격렬시위가 계속될 경우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외국 자본주들은 투자를 망설이는 큰 이유 중의 하나로 국내 노동시장의 유연성 결여와 노사관계의 불안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일어난 대규모 시위와 도심격돌이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칠 것인지 걱정이다. 해외자본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제2의 외환위기를 겪게 될 것이고 온 국민이 바라는 경제회복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도 노동정책과 실업대책을 심각하게 돌이켜보아야 한다. 말만 무성하고 실효성은 없는 실업대책보다는 정교하고 구체성있는 정책으로 실직자들을 설득하고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또 전국민에게 심리적인 악영향을 주는 집단 폭력시위에 대해서는 철저히 대응하는 입장을 취해야 한다. 대기업들도 하루 빨리 과감한 자체개혁을 마무리하고 경기를 회복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폭력시위는 다시는 재연돼서는 안된다. 노동계의 지혜와 자제가 요청된다.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대규모파업도 재고하는 것이 옳다. 폭력시위와 불법파업은 문제해결의 방법이 아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될 경우 우리 모두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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