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행들, 서민 푸대접…내몫챙기기 바빴다

  • 입력 1998년 1월 19일 20시 59분


외환 및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관치금융. 상업은행 상계동지점 오수경(吳壽炅·45)과장은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관치금융의 최대 수혜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만한 조직구조, 수신위주의 무리한 영업, 억대 퇴직금….’ 게다가 작년 8월말 현재 은행원들이 연 1%의 이자만 물며 빌려쓴 주택자금 규모가 8천6백52억원에 달한다니 치솟는 대출금리(연 17%안팎)에 치인 서민들로선 분개할만 하다. 오과장이 털어놓는 ‘은행원의 자기고백’을 들어본다. 이같은 금융기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양상은 어떤 금융기관에서나 발견되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봉급이 지나치게 많다〓지점장급은 연봉기준으로 7천만원, 입행 15년차인 나도 5천만원을 넘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하는대로 모든 충당금을 쌓을 경우 각 은행의 적자규모는 수천억원대에 이른다. 회사가 적자인 점을 감안할 때 봉급을 대폭 줄여야 한다. 명예퇴직금을 보자. 일부 은행의 경우 최고 50∼60개월의 위로금을 지급, 명퇴금만 5억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 고객돈으로 은행 몫만 챙긴다는 비난에 딱히 할 말이 없다. 은행이 장사를 못해 빚더미에 올라 앉으면 한국은행이 특융 등의 방법으로 은행의 적정수익률을 보전해줬다. 얼마전까지 은행들은 연 2∼3%짜리 저리자금을 받아 연 12∼13%대로 운용, 수지를 맞췄다. 발권력을 동원했으니 그게 국민의 돈이 아니고 무엇인가. ▼무리한 외형경쟁〓작년 12월 상업은행 카드금융부는 BC카드 복수회원제 실시를 앞두고 각 부서에 신규회원 유치공문을 보냈다. 올해 최대 사회문제는 대량실업이고 지금도 카드대금의 연체로 은행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회원을 확대하라니 도대체 제 정신으로 하는 소리인지. 외형만 염두에 둔 전근대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하지 않지만 불과 2∼3년전만 하더라도 통장수 늘리기 운동이 벌어지면 고객 명의를 도용해 통장을 무더기로 발급하곤 했다. ▼점포 늘리기〓영업점 신설에는 적지않은 인원과 고정비용이 필요하다. 상업은행은 작년에 지점과 출장소 등 모두 73개 점포를 새로 개점했다. 긴축정책이 시급한데도 거꾸로 점포수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2∼3년 전부터 점포를 통폐합하거나 폐지, 남는 인력을 정리했어야 위기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었을텐데…. 점포늘리기 위주의 영업관행이 개선되지 않는한 근본적인 수익개선은 어렵다. ▼비대한 조직〓적정인력의 적재적소 배치는 조직 활력의 관건. 상업은행의 경우 행원이하 직원과 책임자급 직원의 비율이 96년말 1.58대1에서 작년말 1.43대1로 감소했다. 행원수에 비해 책임자가 늘어난 것은 은행이 지난 1년동안 인력재배치에 무관심했다는 증거다. 노동조합도 마찬가지다. 상업은행의 경우 노조전임자가 부위원장 3명 정책간부 3명 등 모두 19명. 조직이 방만해 효율적인 노조 운용이 될지 의심스럽다.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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