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안숙선 30년 소리인생 「魂불」지핀다

  • 입력 1997년 6월 7일 09시 15분


『녹음에 앞서 지리산 화엄사 근처에 있는 암자에 한달동안 들어가 목을 가다듬었습니다. 남이 아니라 제가 들어 만족스런 「춘향가」를 만들고 싶었지요』 칼날같이 힘있는 고음과 애련한 표현의 멋을 자랑하는 「스타 국악인」 안숙선씨(48). 그가 완창판소리「춘향가」를 6장의 CD전집으로 냈다. 준비를 위해 한달간이나 지리산에서 독공(獨功)에 힘쓸 정도로 예술혼을 쏟아넣은 음반이다. 판소리 독공은 서양음악처럼 완만한 발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있는 힘껏 목을 썼다가 추스르는 것이다. 그는 『목뿐 아니라 마음도 다스려야 가슴을 울릴 수 있는 성음(聲音)을 얻는다』고 말했다. 안씨는 『춘향가는 문학적으로 기가 막힐 뿐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잘 짜여있어 어느 한 대목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특히 「이별가」부분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음반은 안씨가 98년까지 녹음 완료예정인 판소리 다섯마당의 첫번째 결실. 김청만씨가 고수를 맡았다. 안씨는 이를 필두로 앞으로 심청가 적벽가 수궁가 흥보가 등을 차례로 녹음 발표할 예정이다. 그가 보유한 춘향가는 송만갑의 동편제소리와 정정렬의 서편제소리가 혼합된 이른바 「김소희제」. 서편제의 아기자기한 맛과 동편제의 웅장한 스케일이 모두 배어있는 점이 특징. 이때문에 연주시간도 지금까지의 다른 완창판소리 음반보다 한시간 이상 길어졌다. 안씨는 판소리와 가야금병창 두분야에서 모두 경지에 올랐지만 최근들어 판소리쪽에 좀더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가야금병창 예능보유자(인간문화재)후보이기도 한 그는 『판소리, 가야금병창 모두가 소중하다』며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소리의 매력이 마치 마약과도 같이 느껴진다. 죽어라하고 소리에 정진하기로 작정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앞으로 판소리 대중화를 위해 청소년들이 가요처럼 쉽게 부를 수 있는 짧은 창작판소리를 개발할 계획. 또 재즈그룹과 협연한 크로스오버 음악 「웨스트 앤드」의 호평에 힘입어 오케스트라나 성악가와의 만남 등 장르를 뛰어넘는 시도도 해볼 생각이다. 남원출신인 안씨는 초등학교 3학년때 태평무 인간문화재인 이모 강선영에게서 가야금풍류를 배우면서 국악의 길로 들어섰다. 20세때 상경, 명창 김소희에게 판소리를, 박귀희에게 가야금병창을 배우면서 국악인으로서의 기틀을 잡았다. 이후 국립창극단에 입단, 수많은 작품의 주역을 담당하면서 스타로 떠올랐다. 이번에 새로나온 전집 「춘향가」음반에는 가사와 아니리 등 사설과 주석이 전부 수록된 전곡 해설집이 곁들여 있다. 〈유윤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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