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비트족」 정우성(24).
차갑고 우수어린 표정. 고독한 표범같은 날카로운 눈빛. 좀처럼 입을 열지 않으면서도 한번 입을 열면 울분을 터뜨리는 듯한 내레이션.영화 속 민과 실제의 그는 쏙 닮아 있다. 그도 반복되는 일상이 싫어 고교를 중퇴했다.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공부에 매달리느니 일찌감치 연기에 도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학에 들어가기까지 모두 한 줄로 늘어서야 하는 교육제도도 싫었다.
『영화에서 실제 내 삶을 보이는 것 같아 되레 힘들었습니다. 오버 액션이 될까봐 절제하려고 애썼어요』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영화에서는 꿈이 없는 젊음의 방황을 연기했지만 그 자신은 연기를 하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스무살을 넘겼다는 점.
「비트」가 선보인 뒤 충무로 영화가 여기저기서 『정우성이 훌쩍 컸다』는 말이 들린다. 물론 연기력이 성숙했다는 뜻.
그러나 1m86의 훤칠한 키가 한결 우뚝해 보이는 것은 그가 연기변신 외에도 「신세대 스타」답지 않은 치열함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여는 독백 『나에게는 꿈이 없다』를 직접 만들어내며 각색작업에도 참여했고 폭력장면들을 대역없이 스스로 뛰어들어 허리를 부상하기도 했다.반항기 가득한 눈빛 하나를 밑천삼아 영화 「구미호」로 데뷔한 것이 94년. 이제 열정과 온몸을 던지는 연기로 거듭났다. 그는 세기말 서울을 상징하는 젊은이로 우뚝 설 것인가.
〈김경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