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보건당국의 「에이즈관리」이대로 좋은가

  • 입력 1997년 3월 9일 19시 46분


▼94년 9월 27일 생애 아홉번째 생일을 10여일 앞둔 미국의 타일러 스프릭스군이 세상을 떠났다. 두살 때 에이즈 감염사실이 발견된 스프릭스군은 죽을 때까지 엄마 손을 잡고 전국을 돌며 에이즈 퇴치운동을 벌였다. 『내 피에는 나쁜 벌레가 살고 있지만 당신들을 해치지는 않습니다. 내 친구들을 에이즈로부터 보호해 주세요』라는 스프릭스군의 앳된 호소는 미국인들의 가슴을 흔들었다 ▼에이즈가 미국에서 처음 발견된 것은 81년이었다. 그 후 에이즈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작년말 현재 세계 에이즈 감염자는 2천2백만명에 이른 것으로 유엔 에이즈프로그램은 보고하고 있다. 매일 1천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8천5백명이 에이즈에 감염되고 있으며 아프리카가 에이즈 환자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재앙의 대륙」이라면 아시아는 에이즈 확산이 가장 빠른 「공포의 대륙」이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공식 집계한 우리나라 에이즈 환자는 작년에 6백명을 넘어섰다. 이중 5백여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는 우리나라 에이즈환자가 2천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한다. 85년 해외근로자에게서 에이즈감염이 처음 확인된 이후 고교생 가정주부에게까지 무차별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감염자가 감염사실을 모른 채 병을 옮기거나 수혈을 통해 감염되는 불운한 경우도 있다 ▼더 무서운 것은 감염자가 감염사실을 알고도 죽음을 전파하는 경우다. 이번에는 소년원에 수감됐다가 에이즈 감염사실이 밝혀져 가석방된 18세 소년이 여자친구에게 에이즈를 옮기고 잠적했다는 소식이다. 에이즈가 빠르게 번지고 있는데도 보건당국의 환자관리는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환자격리시설이나 전문치료시설도 없고 번듯한 퇴치프로그램 하나 없다. 에이즈환자가 제멋대로 세상을 휘젓고 다닌대서야 어디 겁나서 살 수 있겠는가.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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