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이 국제쓰레기장인가

동아일보 입력 1997-01-25 20:21수정 2009-09-27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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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핵폐기물을 북한에 수출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이어 이번에는 서구 선진국들이 몇년 전부터 각종 생활쓰레기와 산업폐기물을 북한에 상당량 수출해왔음이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우리의 한쪽 땅 북한이 사람 살기 어려운 거대한 국제 쓰레기하치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선다. 북한이 지난 93년말부터 외국에서 들여와 산간 오지에 매장해온 수천∼수만t의 쓰레기는 국제적으로 이동이 금지된 유해폐기물은 아니라는 것이 수출국들의 주장이다.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은 폐(廢)플라스틱 폐비닐 등 재활용 가능한 생활쓰레기와 산업폐기물을 돈을 주고 북한에 넘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에 들어간 쓰레기에 핵폐기물이나 유해폐기물이 섞여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은 북한―대만 사이의 핵폐기물 반입계약으로만 미루어봐도 쉽사리 지우기 어렵다. 그동안 선진국들은 각종 폐기물들을 후진국이나 개도국에 넘겨 처리비용을 절감해온 사례가 많았다. 쓰레기 처리기술이나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후진국들은 이를 단순히 매장하거나 투기해 환경을 오염시켜왔다. 선진국들의 이러한 행위는 폐기물 자국처리 관례에도 맞지 않고 선진국으로서의 국제적 책임과 윤리에도 맞지 않는 행위다. 국제환경단체들이 선진국의 쓰레기수출을 끊임없이 고발 감시해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북한의 경우도 예외일 수 없다. 어느 나라 어떤 경우든 환경문제에 눈을 돌릴 수 없는 북한의 가난한 처지를 이용해 북한땅을 자기나라 쓰레기 하치장쯤으로 만들려 한다면 이는 인류건강과 환경보존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지구촌 공동체에서 살아갈 자격이 없는 나라다. 선진국들은 이 점을 생각해서라도 북한에 대한 쓰레기수출을 즉각 중단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선진국의 국제적 책임이다. 그러나 먼저 각성해야 할 쪽은 북한정권이다. 아무리 식량난과 외화부족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 해도 금수강산을 외국쓰레기장으로 만들어 놓고 입으로만 주체사상을 말할 수는 없다. 주민들에게 외국에서 폐기처분한 식품이나 외국 쓰레기로 오염된 물을 먹여 식중독이나 피부병을 앓게 하는 나라는 이미 나라가 아니다. 주민들을 외국쓰레기나 뒤지게 해놓고 국가의 책임을 말할 수 있겠는가. 북한은 민족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즉각 외국쓰레기 수입을 중단해야 마땅하다. 북한은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언젠가는 함께 살아야 할 땅이다. 이 땅이 외국쓰레기로 오염되도록 놓아둬서는 안된다. 정부는 우선 가능한 외교경로와 국제여론을 통해 북한의 외국쓰레기 반입을 저지하는 강력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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