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도 뛰어넘어 고공점프슛… 핸드볼의 ‘에어 조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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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샛별 내일은 왕별]대학리그 스타 경희대 김진영
아버지 권유로 시작 ‘핸드볼 2세’… 작년 아시아선수권 준우승 주역
올해 세계선수권서도 득점 8위… “남자팀 도쿄 출전 좌절에 속상해
해외 경험 쌓고 올림픽 이끌고파”

지난달 31일 경기 용인시 경희대 국제캠퍼스에 있는 핸드볼 훈련장에서 슛을 선보이고 있는 김진영을 다중 노출로 촬영했다. 김진영은 6m 라인에서 도약해 골키퍼를 제치고 슛을 성공시킬 정도로 스피드와 탄력이 좋아 대학리그에서 수많은 하이라이트 장면을 연출했다. 용인=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달 31일 경기 용인시 경희대 국제캠퍼스에 있는 핸드볼 훈련장에서 슛을 선보이고 있는 김진영을 다중 노출로 촬영했다. 김진영은 6m 라인에서 도약해 골키퍼를 제치고 슛을 성공시킬 정도로 스피드와 탄력이 좋아 대학리그에서 수많은 하이라이트 장면을 연출했다. 용인=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영상 : YST 제공
요즘 핸드볼 코트에서 ‘뜨거운 선수’는 실업팀 소속도 아닌 대학부 김진영(21·경희대)이다. 구기종목의 주공격수에 해당하는 라이트백 포지션의 김진영은 엄청난 탄력과 스피드를 앞세워 경기마다 수많은 하이라이트 장면을 만들고 있다.

최근 강원 태백에서 열린 2021 대학핸드볼 통합리그전에서도 명장면을 연출했다. 지난달 강원대와의 4강전에서 경기 종료 2분여 전, 상대 코트로 공을 몰고 간 김진영은 6m 라인에서 뛰어올라 상대 골키퍼를 지나치며 슛을 성공시켰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자유투 라인에서 날아올라 덩크슛을 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수비수를 ‘스텝’으로 따돌리고 슛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184cm의 장신에 몸무게 80kg의 호리호리한 모습으로 코트 위를 ‘날아다니는’ 4학년 선수에 대한 실업팀들의 관심도 상당히 높다. 그는 “진로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진지하게 미래를 고민하는 이유는 윤경신 두산 감독(48), 최현호(45) 이후 명맥이 끊긴 남자 선수 ‘유럽파’ 계보를 잇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평소 “한번 태어났으니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는 그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남자 대표팀이 올림픽 출전권을 얻지 못해 다른 팀의 경기를 TV로 지켜봐야 했던 게 가슴 아팠다. 큰 무대에서 부딪치며 성장해 한국의 올림픽 진출을 이끌고 그곳에서 한국이 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핸드볼 2세’이기도 하다. 대학 시절까지 선수였던 아버지 김중기 씨(53)의 권유로 초등학교 3학년 겨울 핸드볼을 시작했다. “아버지가 (강원) 속초로 여행 가자고 해서 갔는데, 진천 상산초 핸드볼팀이 전지훈련 중이었어요. 아버지가 (친구인) 코치님과 이미 입을 맞춰 놓은 상황이었죠. 공을 가지고 뛰는 종목이라 금방 재미를 느꼈어요. 하하.”

중1까지만 해도 키 163cm로 선수치고 작았지만 그해 겨울 오른발 피로골절 수술을 받고 한 달여 동안 입원한 사이 10cm 자랐다. 단신인 시절 빠른 발과 탄력을 활용한 경기를 펼치던 그는 키가 훌쩍 크고도 이 스타일을 유지하며 크고 빠른, 장점 많은 선수가 됐다.

2018년 26년 만의 아시아주니어선수권 우승을 이끈 뒤 지난해 성인 대표로 처음 발탁돼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 준우승의 주역이 됐다. 국내 무대에서도 경희대에 2018, 2020 전국대학 통합선수권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올해 초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그는 6경기에서 39점을 넣어 전체 득점 8위에 올랐다.

대학리그가 끝나고 학교 방학 기간이던 요즘도 개인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단다. 그는 “운동은 쉬다가 갑자기 하면 선수라도 힘들다. 몰아서 하며 괴로워할 바엔 평소에 꾸준히 해 놓는 게 장기적으로도 더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롤 모델’을 보는 시각도 독특하다. “롤 모델이 없다”는 그는 “한 선수의 전체를 롤 모델로 삼기보다 특정 선수의 장점을 배우려는 편이다. (박)광순이 형(하남시청)의 슛 기술, (이)요셉이 형(인천도시공사)의 스텝 기술 이런 식이다. 여러 훌륭한 선배들의 장점을 모두 내가 소화해 (동명이인이 많은) ‘김진영’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핸드볼 선수’가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의 독보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진영은…
△생년월일: 2000년 2월 2일 △출생지: 충북 진천 △신체조건: 184cm, 80kg △학력: 진천 상산초-진천중-청주공업고-경희대 △별명: 에어 △주요 기록: 2021 카이로 세계선수권 득점 8위(39), 2021 대학핸드볼 통합리그 1차 득점 3위(45), 도움 1위(28), 2차 득점 3위(44), 도움 2위(22), 파이널 득점 4위(10), 도움 5위(3)

유망주 20명 응원-후원합시다

대한체육회는 대한민국 스포츠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 후원을 위해 뉴스타운동본부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핸드볼 김진영 등 16개 종목 20명의 유망주를 소개해 국민의 성원과 기업의 후원 매칭을 돕고자 한다. 뉴스타운동본부홈페이지에서 응원하고 싶은 유망주를 선택해 후원을 신청할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밀어주자뉴스타챌린지’로 인증도 가능하다.



용인=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핸드볼#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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