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맥 끊긴 여자유도, 제 두 번째 올림픽에선 되살려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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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D―8]도쿄 향하는 드림피언
女유도 대표팀 주장 김성연
인천 亞경기 금메달 딴 2년 뒤 리우 올림픽서 16강 탈락 충격
“당시 분위기에 눌려 너무 긴장” 이후 국제대회서 은메달 3번 따

여자 유도대표팀 주장 김성연(왼쪽)은 7명의 여자 유도 대표 선수 중 유일하게 올림픽을 경험해 본 선수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첫 경기(16강) 탈락으로 눈물을 쏟았다는 김성연은 “리우 때처럼 경기를 망치는 일은 없도록 절실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2019년 몬트리올 그랑프리에 출전한 김성연. 국제유도연맹(IJF) 홈페이지 캡처
여자 유도대표팀 주장 김성연(왼쪽)은 7명의 여자 유도 대표 선수 중 유일하게 올림픽을 경험해 본 선수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첫 경기(16강) 탈락으로 눈물을 쏟았다는 김성연은 “리우 때처럼 경기를 망치는 일은 없도록 절실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2019년 몬트리올 그랑프리에 출전한 김성연. 국제유도연맹(IJF) 홈페이지 캡처
《스포츠 선수들에게 올림픽은 출전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다. 오랜 세월 흘린 땀과 눈물의 결실을 후회 없이 보여주면 그뿐이다. 성적, 순위는 그다음 문제. 꿈의 무대에 오르는 올림피언, ‘도쿄 드림피언’이 빚어낼 인생 최고의 순간이 시작된다.》

유도 종주국 일본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유도 대표팀은 더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다. 역대 여름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43개 메달(금 11, 은 16, 동 16)을 따낸 효자종목의 영광을 잇겠다는 각오다. 특히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조민선(66kg급) 이후 금맥이 끊긴 여자 대표팀은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다. 우승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보란 듯 잡아 메칠 준비를 마쳤다. 여자 대표팀은 이번 대회 모든 체급(7개)에서 출전권을 따냈다.

“실수는 한 번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2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된 여자 70kg급 김성연(30)도 도쿄에서 화끈한 뒤집기 한판을 꿈꾼다. 남녀 대표팀 통틀어 최고참인 여자팀 주장 김성연은 여자 대표 중 유일하게 올림픽 출전 경험이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인 김성연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 세계 랭킹 6위로 메달 기대를 모았지만 첫 경기(16강)에서 탈락했다. 김성연은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올림픽이라는 분위기에 압도됐던 것이 사실이다. 경기 때 얼마나 긴장을 했으면 (작전 지시에 나선) 이원희 코치님 얼굴을 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대표팀 후배들이 조언을 구할 때마다 하는 ‘쫄지 마’라는 말은 스스로에게 하는 주문이기도 하다.

어려서 태권도를 했던 김성연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인천에서 전남 순천으로 전학을 가면서 유도를 시작했다. 전학 수속을 밟는 시간을 못 참고 교무실에서 발차기를 하는 모습을 본 교감 선생님이 창단을 앞둔 유도부에 합류할 것을 제안했다. 초등학생 때 방송인 최유라 씨와 함께 쌀 CF에 출연한 이색 경력도 있다.

첫 올림픽에서 받은 충격으로 한동안 국제대회 출전도 꺼렸던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2020 텔아비브 그랑프리, 2021 아시아·오세아니아 선수권에서 나란히 은메달을 목에 걸며 다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도 올림픽 출전을 위해 수차례 국제대회에 출전하면서 자가격리를 다섯 번이나 했다는 김성연은 주특기인 업어치기 외에도 안뒤축후리기 등 비장의 기술들을 날카롭게 갈고 있다.

자신만큼이나 다른 후배들의 경기도 기대가 크다. 후배들을 칭찬해 달라는 말에 김성연은 “(박)다솔(52kg급)이는 상대를 밀어붙이는 게 탱크 같고 (윤)현지(78kg급)는 힘도 좋고 허를 잘 찌르는 게 영리한 소 같다”며 후배 6명의 장점을 일일이 나열했다. 이 밖에 일본 효고현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 김지수(57kg급)도 눈여겨볼 선수로 꼽힌다. “기본기가 좋고 굳히기가 강하다”는 게 김성연의 설명이다.

이번 올림픽에는 혼성단체전이 신설된 만큼 여자대표팀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남자(73kg, 90kg, 90kg급 이상), 여자(57kg, 70kg, 70kg급 이상) 각 3체급씩 6명이 출전해 승부를 가리는 혼성단체전은 한국, 일본, 브라질 등 12개국 선수만 출전한다. 김성연은 “평소 혼자 경기를 하는데 혼성단체전에서는 뒤에 (남자 100kg 이상급) (김)민종이가 버티고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며 “유도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멋진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뒤 김성연은 “메달을 걸고 다시 인터뷰할 수 있도록 여자 선수들 모두 힘낼게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말자’가 좌우명이라는 김성연은 28일 도쿄 무도관에서 다시 한 번 인생 최고의 승부에 도전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여자유도#김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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