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초 WS원정 4승·우승후보 연파…‘기적의 우승’ 워싱턴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31일 15시 31분


코멘트

NLDS·WS에서 벼랑 끝 탈출
NLDS 5차전·WS 7차전서 극적 역전승

워싱턴 내셔널스가 창단 50년 만에 첫 월드시리즈(WS·7전4선승제) 우승을 일군 과정에 ‘기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워싱턴은 3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2019 메이저리그(MLB) WS 7차전에서 6-2로 승리, 시리즈 전적 4승 3패로 WS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여러모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우승이다.

1969년 창단 이후 50년 만에 처음으로 WS 우승을 맛봤다. 워싱턴은 1969년 창단한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후신으로, 2005년 연고지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미국 워싱턴DC로 이전했다.

올해 월드시리즈 전까지 워싱턴은 월드시리즈에 오른 적도 없었다.

몬트리올 시절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까지 오른 것이 전부였고, 연고지를 이전한 2005년 이후에는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를 통과한 적도 없었다.

워싱턴DC 연고팀이 WS 우승을 한 것은 1924년 워싱턴 새네터스 이후 무려 95년 만이다.

당시 워싱턴 새네터스는 뉴욕 자이언츠(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4승3패로 꺾고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워싱턴 새네터스는 1961년 연고지를 이전해 현재 미네소타 트윈스가 됐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워싱턴을 WS 우승후보로 꼽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이 올해 정규리그에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승리(107승)를 거둔 휴스턴이나 내셔널리그 최다승(106승) 팀인 LA 다저스를 우승 후보로 꼽았다.

워싱턴은 지구 우승팀도 아니었다. 올 시즌 93승 69패를 기록한 워싱턴은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2위였다.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1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올 시즌 초반 워싱턴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6월17일까지 33승 38패를 기록해 지구 4위까지 처졌다.

분위기 반전의 기점이 된 것은 6월20일이었다. 당시 부진하던 외야수 헤라르도 파라는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이날 아침 우연히 들은 뒤 입에서 맴돌던 ‘아기상어’를 타석 등장곡으로 바꿨다.

우연히 파라가 등장곡을 바꾼 이후부터 워싱턴은 승승장구했고 ‘아기상어’는 워싱턴 약진의 상징이 됐다.

워싱턴은 6월20일 벌어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더블헤더 1, 2차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한 것을 시작으로 60승29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자랑,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가을야구 무대에서 워싱턴은 NLDS, WS에서 두 번이나 벼랑 끝에서 벗어나는 저력을 뽐냈다. 또 끝장 승부에서 모두 역전승을 일궈냈다.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밀워키 브루어스를 4-3으로 힘겹게 꺾고 NLDS(5전3선승제)에 나선 워싱턴은 처음부터 큰 산을 만났다. 상대는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많은 승수를 거둔 다저스였다.

이 때도 대부분이 다저스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워싱턴은 보란듯이 예상을 뒤엎었다.
1승 2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던 NLDS 4차전에서 워싱턴은 맥스 셔저의 7이닝 1실점 역투를 앞세워 6-1로 승리,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다저스와의 NLDS 5차전에서는 근성이 돋보였다.

5회까지 0-3으로 끌려가던 워싱턴은 6회초 후안 소토의 적시타, 8회초 앤서니 렌던과 소토의 연속타자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갔다.

그리고는 연장 10회초 켄드릭의 그랜드슬램으로 7-3 승리를 일궈 NLCS(7전4선승제) 무대를 밟았다.

워싱턴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NLCS를 4전 전승으로 마무리, 충분한 휴식을 취할 시간을 벌었다. NLDS에서 약한 불펜을 보완하기 위해 선발 투수를 구원 등판시키기도 했지만, NLCS를 빨리 끝내면서 쉴 수 있게 됐다.

WS를 앞두고도 대부분이 2년 전 WS를 제패한 휴스턴의 우승을 점쳤다.

하지만 워싱턴은 예상을 비웃듯 휴스턴이 리그 최고 원투펀치인 게릿 콜, 저스틴 벌랜더를 투입한 WS 1, 2차전에서 5-4, 12-3으로 이겼다.

적지에서 2승을 거둔 워싱턴은 막상 홈에서 열린 3~5차전에서는 내리 패배해 또다시 벼랑 끝에 몰렸다.

그러나 다시 적지로 돌아온 6차전에서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의 8⅓이닝 2실점 역투에 힘입어 7-2로 승리, 승부를 7차전으로 몰고갔다.
워싱턴은 WS 7차전에서도 NLDS 5차전과 마찬가지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워싱턴은 6회까지 0-2로 끌려갔다. 타선이 상대 선발 잭 그레인키에 꽁꽁 묶인 탓에 좀처럼 역전이 쉽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7회초 앤서니 렌던의 솔로포와 하위 켄드릭의 투런포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후부턴 워싱턴의 분위기였다. 8회초 소토의 쐐기 적시타, 9회초 만루 찬스에서 터진 애덤 이튼의 2타점 적시타로 3점을 추가하며 승부를 갈랐다.

워싱턴은 원정경기에서 거둔 4승으로 WS 우승을 차지한 사상 최초의 팀이 됐다.

이번 WS 7겅기에서 모두 원정팀이 승리했는데,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에 따르면 이는 MLB와 미국프로농구(NBA),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치러진 7전4선승제의 포스트시즌 시리즈를 통틀어 처음 나온 사례다.

전력과 경험의 우위는 벼랑 끝에서도 포기를 몰랐던 워싱턴 앞에서 무위에 그쳤다. 워싱턴은 근성과 투지로 메이저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