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한테 인사 안했다가… 완벽연기 김한솔 허무한 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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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감점점수 규정 없는데 착지 실수와 같은 0.3점 깎아
러 심판 지적… 中 감독심판 수용
홍콩 선수에 역전 당해 金 놓쳐

체조 첫 2관왕 어이없이 좌절

차세대 체조스타로 발돋움한 김한솔(23·서울특별시청)이 한국 체조 역사상 첫 ‘아시아경기 2관왕’을 엉뚱한 이유 탓에 놓쳤다.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엑스포에서 열린 남자 뜀틀 결선. 이날 5번째 순서로 연기에 나선 김한솔은 편안한 상황에서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북한 뜀틀스타 리세광(33)을 포함해 앞서 연기를 마친 선수들이 모두 착지 실수로 13점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김한솔은 1차 시기 14.875점(기술점수 5.6점, 수행점수 9.275점)부터 완벽한 착지로 금메달을 예고했고 2차 시기에서는 점프 난도를 더 낮춰 기술점수 5.2점에 더 높은 수행점수 9.325점을 받았다. 착지도 완벽했다. 하지만 김한솔은 감점 0.300점을 받았다. 동료 선수와 대한체조협회 관계자들도 이유를 알 수 있는 감점이었다. 다만 그때까지도 김한솔은 14.550점(1, 2차 평균)으로 금메달이 예상돼 포효할 수 있었다. 분위기는 마지막 주자로 나선 홍콩의 섹 와이 훙(27)의 점수가 나오자 반전됐다. 섹은 1, 2차 시기에서 모두 난도 5.600의 점프를 시도해 평균 14.612점을 받아 김한솔을 0.062점 차로 제쳤다.

어이없게도 김한솔에게 전달된 감점 이유는 ‘연기를 마친 뒤 심판에게 인사가 없었다’였다. 국제체조연맹(FIG) 규정집 5조 5항 ‘경기장에서의 입장과 퇴장’에는 ‘선수는 연기 시작과 끝에 심판진에게 표시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기는 하다. 체조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김한솔의 감점은 난도를 평가하는 러시아 국적 심판이 ‘김한솔의 인사를 보지 못했다’며 0.300점을 감점했고 심판 전체를 관장하는 중국 국적 감독심판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발생했다.

엄밀히 따지면 규정을 위반했으니 심판은 벌점을 줄 수 있다. 점수 코드집에는 ‘선수의 행동과 관련한 전반적인 규정 위반’에는 0.300점이 감점된다고 나와 있다. 다만 의상 문제 등 명백히 확인이 가능한 부분과 달리 김한솔의 경우는 ‘기타 다른 규정 위반 행위’로 뭉뚱그려진 조항에 발목을 잡혔다. 착지 때 손을 짚은 선수와 같은 벌점인 0.3점을 준 것은 지나치다는 평가다. 1000분의 1점으로 점수가 갈리는 체조 종목에서 0.3점은 메달 색을 바꾸고도 남는 점수다.

자카르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체조#김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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