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혈질 잭슨… 오리온 조마조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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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팀 거친 수비에 쉽게 ‘욱∼’… 챔프 2차전 전반 설전후 4점 그쳐
후반 냉정 되찾자 3점포 3개 펑펑… 감독도 동료도 안정시키느라 진땀

오리온의 외국인 가드 조 잭슨은 정규시즌에서 상대 팀 선수의 거친 수비에 흥분해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21일 열린 오리온과 KCC의 2015∼2016 KCC프로농구 챔피언결정 2차전. 집중 견제를 당한 잭슨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전반전이 끝난 뒤 잭슨에게 찬물 한잔을 건넸다. 물을 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히라는 것이었다.

이날 잭슨(18득점)은 후반에 전반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전반에는 KCC 가드 전태풍과 설전을 벌이는 등 흥분해 4득점에 그쳤다. 그러나 냉정을 되찾은 후반에는 3점슛 3개를 림에 꽂아 넣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잭슨은 경기가 끝난 뒤 “모든 선수는 기분에 따라 경기력이 달라진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야전 사령관’인 그가 남은 경기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가는 승부의 향방을 바꿀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 추일승 감독은 “잭슨이 본능적으로 흥분할 때가 있는데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스로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고 말했다.

잭슨이 흥분하는 것을 막기 위해 21일 경기에서는 팀 동료들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김동욱 등은 잭슨이 흥분할 때마다 잭슨을 껴안고 달래주느라 애를 썼다. 김동욱은 “(상대 팀) 국내 선수들이 잭슨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잭슨이 상대의 강한 수비에 시달릴 때 흥분하지 말고 상대 수비를 이용해야 한다고 알려준다”고 말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한국 농구 경험이 많은 애런 헤인즈도 잭슨에게 안정감을 심어주기 위해 많은 조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KCC는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수비 전문 선수’로 불리는 신명호에게 잭슨의 수비를 맡길 계획이다. 추승균 KCC 감독은 “신명호가 3차전에서는 더 열심히 잭슨을 수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잭슨은 “코트에 서면 내 플레이에 집중하기 때문에 수비수가 누구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오리온은 잭슨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동시에 KCC의 외국인 가드 안드레 에밋을 자극하는 적극적 수비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잭슨과 달리 좀처럼 흥분하는 경우가 없는 에밋이지만 2차전에서는 김동욱의 수비에 막혀 짜증을 냈다. 추일승 감독은 “에밋이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챔피언결정 3차전은 23일 오리온의 안방인 고양체육관에서 열린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오리온#조 잭슨#kcc#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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