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부터 미국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를 이끌고 있는 명장 그레그 포포비치 감독의 인터뷰는 늘 이런 식이다. 묻는 사람이 당혹스럽지만 핵심 전략과 선수에 대한 강한 신뢰가 담겨 있다.
올 시즌 처음 지휘봉을 잡은 프로농구 KGC 김승기 감독(사진) 역시 가타부타 길게 말하지 않는다. 김 감독은 늘 “하던 대로”, “우리만 잘하자”는 말로 질문에 답한다.
2일 6강 플레이오프 4차전 때도 김 감독은 취재진에게 말을 아꼈다. 이정현, 마리오 리틀, 전성현 등 기대하는 선수들의 이름만 말했다. 라커룸에서 따로 만난 김 감독은 그제야 살을 조금 덧붙였다. 김 감독은 리틀을 보자 “리틀이 이정현을 살려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오세근이 보이자 “찰스 로드가 힘들 때 세근이가 해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더니 “오늘은 전성현도 숨은 주역으로 이정현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길지 않은 답변이었으나 노림수가 엿보였다.
김 감독의 말대로 이정현은 삼성전에서 리틀과 전성현이 수비를 분산시키는 틈을 이용해 24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했다. 전성현은 이정현의 도우미 역할을 하면서도 3점슛 2개를 포함해 8득점을 곁들였다. 오세근은 로드가 2쿼터가 끝나기 전에 4반칙을 당하자 삼성 센터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혼자서 막아냈다. 경기 종료 7.8초 전 83-83 동점 상황에서 리틀과 오세근은 삼성 수비를 흐트러뜨리며 이정현의 결승 득점을 도왔다.
경기 전 구상이 적중하며 목표로 했던 4강에 진출한 김 감독은 다음 상대인 KCC의 주득점원 안드레 에밋의 봉쇄 전략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다시 “정규리그와는 다르게”라는 짧은 말만 남기고 경기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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