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 Clean] 특정 포지션 노리는 ‘검은 유혹’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21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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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의 검은 유혹은 범죄의 특성상 승부조작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특정 종목, 특정 포지션을 타깃으로 하기도 한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승부조작의 검은 유혹은 범죄의 특성상 승부조작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특정 종목, 특정 포지션을 타깃으로 하기도 한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16. 지능화되는 승부조작

축구 골키퍼·야구 투수 등 승부조작 타깃
출전선수 적은 농구도 ‘검은 유혹’의 대상
주로 선수·감독 지인 통해 1차적으로 접근


우리나라의 연간 불법 도박 시장 규모는 약 100조원으로 추산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의 규모는 31조1171억원(2013년 기준)으로 2010년 13조2202억원에서 3년간 135.4%나 증가했다. 불법 스포츠 베팅 사이트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 관련 규모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비례해 각 종목 선수 및 지도자, 관계자들을 향한 ‘승부조작의 검은 유혹’도 커져갈 수밖에 없다.

● 점점 지능화되는 검은 유혹


‘남의 나라 일’로만 여겨졌던 승부조작이 한국 스포츠계에서 실제로 확인된 것은 2011년 5월이었다. 프로축구 현역선수 2명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최초로 입증된 뒤 수사가 거듭되면서 연루자들은 늘어갔다. 승부조작의 광풍 속에 그해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등록·공시된 K리거 648명 중 10%에 가까운 50여명의 전·현직 선수들이 검찰에 기소됐다. 이후 프로야구도, 프로농구도, 프로배구도 승부조작의 망령에 시달렸다.

승부조작은 조직폭력배, 브로커, 전주, 대부업을 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전문조직이 선수 또는 감독에게 접근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차적으로 선수 또는 감독과 친분관계가 있는 지인을 통해 다가가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직접 이들에게 접근한 뒤 금전적 거래 및 승부조작 내용을 협의하고 실행에 옮긴다.

한편의 ‘각본 있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선 ‘검은 유혹’과 함께 ‘검은 손’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과거 수차례 발생한 승부조작 사건에서 드러났듯, 전문조직은 승부조작 가담자에게 직·간접 협박 및 폭력이란 제2, 제3의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요즘은 특히 승부조작이 점점 더 국제조직화·지능화하는 경우가 많다. 불법 스포츠 베팅 사이트 대부분이 해외에 기반을 두듯, 승부조작을 노리는 전주와 브로커도 점점 더 은밀하고 체계적 방법으로 범죄를 기획·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종목별 특성에 따른 검은 유혹

최근 남자프로농구계는 불법 스포츠 도박 및 승부조작 의혹으로 다시 한번 큰 홍역을 앓고 있다. 축구, 야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5명의 선수로 승부를 가리는 농구는 선수 1명이 승부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타 종목에 비해 높다는 점에서 검은 유혹의 주요 타깃이 된다. 또 종목의 특성상 감독 의존도가 높아 승부조작의 검은 유혹이 감독에게 다가설 개연성도 크다. 야구, 축구는 특정 포지션의 선수가 ‘우선 포섭 대상’이 된다. 2012년 야구에서 확인된 2명의 승부조작 가담자는 모두 투수였다. 첫 이닝 고의4구 등 투수는 불법 스포츠 베팅 사이트의 ‘베팅 항목’을 조작하기가 타자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같은 측면에서 축구는 실점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골키퍼가 필드플레이어보다 더 위험에 가까이 노출돼 있다.

엄정한 사후 징계와 적극적 신고가 중요하다!

점조직 형태로 은밀하게 진행되는 승부조작의 특성상, 각 협회나 연맹 등이 자체 시스템으로 승부조작을 근절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각 단체가 꾸준히 소양교육 등을 통해 승부조작의 폐해를 주지시키면서도 사건이 터질 때마다 벙어리 냉가슴을 앓을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승부조작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종목, 나아가 스포츠 전체의 존폐가 걸린 사안이다. 문제 발생시 무관용 원칙에 따른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통해 엄벌에 처해 승부조작이 발을 못 붙이도록 해야 한다. 검은 유혹을 받은 개인은 적극적 신고를 통해 또 다른 범죄를 막아야 한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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