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도 막아주는 짝꿍…대성불패 런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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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7일 07시 00분


2012런던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의 유력 금메달 후보인 정재성(앞)-이용대. 7년간 세계 최강의 복식조로 군림해온 둘은 우정의 피날레를 올림픽 금메달로 장식하고자 한다.  스포츠동아DB
2012런던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의 유력 금메달 후보인 정재성(앞)-이용대. 7년간 세계 최강의 복식조로 군림해온 둘은 우정의 피날레를 올림픽 금메달로 장식하고자 한다. 스포츠동아DB
확실한 금맥…배드민턴 男복식

이용대-정재성 조

키 크고 네트플레이 강한 스물네살 이용대
168cm 단신 불구 파워 강한 서른살 정재성
서로의 약점 보듬고 승승장구… 세계 2위
호흡 맞춘지 벌써 7년…눈빛만 봐도 척척
“함께 뛰는 마지막 올림픽…금빛 스매싱 OK”


누구를 만나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떻게 결혼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진다. 부부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만큼 서로를 만나 인생이 달라진 동반자가 있다. 국가대표 배드민턴 남자복식 파트너 정재성(30)과 이용대(24·이상 삼성전기). 둘은 지난 7년간 가족, 애인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예정된 결별’을 기다리고 있다.

여섯 살 차이, 처음에 손을 잡았을 때부터 ‘너무 나이차가 많이 난다’는 의견이 있었다. 동생을 아끼고 형을 잘 따르는 성격, 조화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 때 이미 많은 사람들은 나이차 때문에 더 빨리 헤어져야 하는, 그 이른 마지막을 아쉬워하기 싫었는지도 모른다.

2012런던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 세계랭킹 2위인 이용대-정재성은 금빛 스매싱을 다짐하고 있다. 이제 스물넷인 이용대에게 올림픽은 앞으로 계속 정상을 지키고 도전해야 할 최고의 목표다. 그러나 올해 서른이 된 정재성에게 다음 올림픽은 더 이상 약속할 수 없다.

이용대는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한국배드민턴을 이끌어갈 재목으로 꼽혔다. 정재성은 아니었다. 이용대는 중학생 때 벌써 태릉에서 국가대표와 훈련했고, 고교 1학년 때 3학년 형들을 연이어 꺾었다. 정재성은 이용대와 달랐다. 숨은 잠재력, 강한 순발력, 성실한 훈련까지, 뭐 하나 흠이 없었지만 168cm의 작은 키가 항상 발목을 잡았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김학석 부회장과 김중수 전 국가대표 감독은 이용대와 정재성 모두 복식을 했을 때 가장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복식선수는 어떤 파트너를 만나느냐에 따라 선수 인생이 달라진다. 오랜 노력과 실험 끝에 박주봉(48·현 일본국가대표 감독)과 김문수(49·현 국가대표 및 삼성전기 코치)를 맺어줬고, 두 전설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과 국제대회 71회 우승 기록으로 기네스북에까지 올랐다.

복식조는 기량뿐 아니라 선후배 관계, 성격까지 모든 것을 고려해서 결정한다. 정재성-이용대처럼 6년 차이 선후배가 함께 손을 잡은 사례는 많지 않다. 동생이 형을 어렵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좋은 호흡을 보일 수 없다. 그러나 7년 전 협회와 코칭스태프의 결정은 과감했다. 김중수 전 국가대표 감독은 “이용대는 키가 크고 네트 플레이에 능하다. 정재성은 파워 넘치는 공격이 강점이다. 좋은 조화를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기억했다. 이용대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정재성의 소속팀 삼성전기에 입단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 정재성과 이용대는 서로의 약점을 보듬고 강점을 극대화하기 시작했다. 그해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세계 정상권으로 뛰어 올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이용대는 이효정과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실 대회 시작 전에는 혼합복식보다 정재성과 함께하는 남자복식에서 기대가 더 컸다. 결과는 충격적인 1회전 탈락. 나이가 찬 정재성은 올림픽 직후 군에 입대했다. 이용대는 그 때 전국적인 올림픽 스타로 떠오르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용대의 금메달처럼 빛나던 환한 미소 속에는 정재성에 대한 미안함이 숨어 있었다.

5월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2 세계단체선수권대회에 이용대는 정재성이 허리 재활치료를 받고 있어 홀로 참가했다. 이용대가 정재성 대신 고성현, 김사랑과 호흡을 맞추자 중국과 동남아시아, 일본, 유럽의 취재진은 “올림픽이 끝난 후 새 파트너로 누구를 원하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이용대의 대답은 단호했다. “지금은 (정)재성이 형과 함께 할 올림픽만 생각하고 있다. 머릿속에 그 다음은 없다. 그 이후에 누구와 어떻게 뛸 지는 지금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생각해 본적도 없다.”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정재성의 각오도 다르지 않다. “용대와 7년을 함께 했다. 최고의 파트너와 최고의 결실을 맺고 싶다”는 말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다.

올림픽에는 이변이 많다. 그러나 정재성-이용대는 절정의 기량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이제 관록까지 쌓였다. 가장 큰 라이벌은 세계랭킹 1위 중국의 차이윈(32)-후하이펑(28)이다. 노련미와 패기, 그리고 강한 공격과 그물망 수비, 최고의 복식조로 꼽히지만 역시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각오하고 있는 차이윈의 체력이 가장 큰 변수다. 이미 차이윈은 최정상급 선수들과 만났을 때 3세트까지 가면 수비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세계랭킹 3위 덴마크 카르스텐 모겐센(29)과 마티아스 보에(32)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보에의 영리한 네트 플레이 앞에 정재성-이용대도 자주 무릎을 꿇었다.

이제 앞으로 한달, 7년 전 세계 최고의 무대 올림픽 정상에 함께 서자고 다짐했던 파트너는 최고의 마지막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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