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인물탐구] “이런 연습벌레는 처음”…김병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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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4일 07시 00분


3년 공백 메우려는 진지한 몸부림

불펜피칭 없는 날 90구 자원 피칭
투수코치 떠난 마운드 필사적 연습
한밤중 통역과 단둘이 섀도우 피칭

김병현. 스포츠동아DB
김병현. 스포츠동아DB
몸을 풀고 또 불펜에 들어갔다. 이틀 연속이었다. 22일은 100구를 던졌다. 23일 또 90구를 자원했다. “미국 같으면 난리 날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몸을 풀러 갔다. 다른 투수들이 불펜에서 던질 때까지 자리를 비워주기 위해서였다.

투수코치마저 떠나버린 텅빈 불펜장, 김병현은 다시 돌아왔다.

통역과 불펜포수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거기서 김병현은 또 던졌다. “슬라이더 공끝은 어때요?” 묻고 던지기를 반복했다. “다른 것들은 안 그런데 야구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김병현의 결벽증은 여전했다.

학대에 가까운 연투, 밤을 지새우는 야구생각, 3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김병현은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몸부림

이와코시 료 라쿠텐 홍보팀 직원은 23일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정말 성실한 노력파 선수다. 김병현과 통역의 방이 바로 옆인데 한밤중에 통역을 불러내서 섀도우 피칭을 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 필사적으로 연습한다”고 이런 연습벌레는 처음 봤다는 듯 들려줬다.

왜 그렇게 혹독하게 던지는지를 물었더니 김병현은 “감 잡으려고 던지는데 왔다 갔다 한다”고 했다.

아무리 던져도 좀체 돌아오지 않는 ‘감’에 답답한 기색이 어조에 묻어났다. “힘을 빼고 던지라는데 머리가 나쁜 건지(잘 안된다)”라고도 했다. “누구나 힘으로 던진다. 가볍게 편하게 던질 때 공이 잘 온다”는 불펜포수의 충고를 듣고는 “편해야 편하게 던지지”라고 혼잣말처럼 되뇌었다.

힘을 빼고 던진다는 것은 곧 하체를 이용한 피칭을 목표한다. 또 어떤 일정한 투구 포인트를 탐색하는 과정이다. “땅볼이든 안타든 홈런이든 내 공을 던지는 것이 중요”한데 정작 지금은 “직구도 제대로 못 던지는”이라는 혹독한 자기비판이다. 컨트롤, 밸런스 등 좋았을 때의 느낌을 너무 잘 알기에 더 답답한지 모른다. “초등학생 게임 아니니까 제대로 던져야 된다”는 한마디 속에 김병현의 방향성이 함축돼 있다.

○시행착오

지금 김병현에게 실전 얘기는 스트레스다. 보직 운운도 스트레스다. 구위가 “별로”인데 무슨 의미가 있냐는 관점이다. 김병현이 이렇게 다그치는 데에는 성격이 작용한 때문 만은 아니다.

한국과 일본야구의 차이를 미처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실토했다. “미국은 안 좋아도 선수에게 맡기는데 일본은 적극적으로 끄집어내준다”는 말속에는 만족감이 담겨있었다. 지금은 겸손하게 흡수할 때라는 현실인식이다.

그러나 일본의 봄 캠프라면 삼성 등 한국 구단처럼 체력훈련부터 실전투구까지 단체로 함께 올리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의외로 김병현을 난처하게 만든 듯싶었다.

“오키나와 오자마자 실전얘기가 나온다. 몸을 제대로 만들고 시작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일본도 삼성처럼 하는 줄 알았는데 여기는 (미리 몸을 만들어놓고 캠프에 와서)바로 (실전에)들어간다. 준비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경기 언제 던지냐’는 질문이 나온다.”

김병현은 라쿠텐-삼성전 중 슬쩍 빠져나와 삼성 김현욱 트레이닝 코치에게 하소연 겸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훈련량이 부족하다는 요지였다.

김 코치는 “일본이라고 다 훈련을 많이 시키는 것이 아니다. 전통에 따라 다르다. 주니치는 정말 훈련을 많이 시키지만 라쿠텐은 미국식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사실 김병현의 23일 불펜피칭 자체가 계획에 없었는데 스스로 요청해 이뤄졌다. 김병현 나름의 훈련량을 늘리기 위한 방책인 셈이다. “대학교 때 이후로 처음”이라고 했다.

사토 투수코치는 “합류한지 한 달이 됐는데 좋아지는 과정이다. 생각이 많은데 그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안정감을 찾고 있다. 개막까지 시범경기가 26∼27경기 남았으니 실전을 지켜보면서 마무리를 생각하고 시험하는 과정”이라고 평했다.

인터뷰를 피하던 예전과 달리 “좀 있다 올게요”라고 양해를 구하는 김병현이다. “(보스턴에서 아팠을)그때는 오히려 (잡)생각이 없었다. 운동에 한창이라 몸도 괜찮다. 이제 20대가 아니니 몸 쓰는 것도 다르고, 더 열심히 해야 된다.”

어느덧 김병현도 30대다.

온나손(일본 오키나와현)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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