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얼음요정들 “경쟁하다 보니 실력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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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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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 김연아’ 꿈꾸는 1997년생 피겨 유망주 5명
■ 국내피겨대회 왜 싱글만 있나

김해진 2010년 트리글라프 트로피 대회 노비스 부문 여자 싱글 1위, 2010년 전국남녀피겨선수권 여자 싱글 시니어 1위
김해진 2010년 트리글라프 트로피 대회 노비스 부문 여자 싱글 1위, 2010년 전국남녀피겨선수권 여자 싱글 시니어 1위
피겨에는 남녀 싱글을 비롯해 페어, 아이스댄싱 등 4종목이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남녀 싱글만 있을 뿐 페어와 아이스댄싱 경기는 아예 열리지 않는다.

페어 시니어 팀의 명맥이 끊긴 지는 19년이나 됐다. 국내 페어 선수는 1992년 이용민-김희진 조가 마지막이었다. 이들이 1992년 아시아컵에 출전해 1위를 차지한 뒤 페어 선수는 사라졌다. 2003년 겨울체전에 한 팀이 나왔지만 만 13세 이하 부문이었다. 아이스댄싱도 사정은 비슷하다. 1999년 겨울아시아경기에서 양태화-이천군 조가 동메달을 딴 뒤 2006년까지 김혜민-김민우 조가 활동하며 명맥을 유지했지만 이들이 마지막 선수였다.

국내에 페어와 아이스댄싱 선수는 왜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남자 선수의 부족과 제도적 문제점을 꼽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등록된 선수는 여자 371명, 남자 31명. 남자 선수가 부족해 파트너를 구하기 쉽지 않다. 파트너를 구했더라도 서로 간의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에 도중에 헤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대체 선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대표선수 제도도 발목을 잡고 있다. 일본은 외국 남자 선수들을 데려와 자국 여자 선수와 짝을 지어 국제 대회에 출전시킨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법규상 외국인 파트너를 국가대표로 인정하지 않는다. 귀화를 해야만 대표선수가 될 수 있다. 이지희 국제피겨심판은 “평창이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 한국도 페어와 아이스댄싱 선수를 출전시켜야 한다. 하지만 남은 시간 동안 규정을 바꾸고 선수들을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고 말했다.
‘제2의 김연아.’

피겨스케이팅을 배우는 여자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수식어다. 최근 김연아(21·고려대)는 자신이 눈여겨보고 있는 후배 선수로 1997년생인 김해진(과천중)을 꼽았다. 김해진에게는 영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제2의 김연아’ 자리는 경쟁이 치열하다. 경쟁자들은 다름 아닌 동갑내기 선수들이다. 김해진을 비롯해 조경아(과천중) 박소연(강일중) 이호정(서문여중) 박연준(인천 연화중) 등 5명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 1997년생 피겨 샛별 5인방

박소연 2009년 환태평양국 초청 겨울대회 노비스 여자 싱글 1위, 전국남녀 피겨선수권 여자 싱글 시니어 3위 이호정 2010년 전국남녀피겨 선수권 여자 싱글 주니어 1위, 전국남녀회장배랭킹대회 3위 박연준 2010년 전국남녀회장배랭킹대회 2위, 겨울전국체육대회 여중부 2위 조경아 2011년 전국남녀피겨선수권 여자 싱글 주니어 1위
박소연 2009년 환태평양국 초청 겨울대회 노비스 여자 싱글 1위, 전국남녀 피겨선수권 여자 싱글 시니어 3위 이호정 2010년 전국남녀피겨 선수권 여자 싱글 주니어 1위, 전국남녀회장배랭킹대회 3위 박연준 2010년 전국남녀회장배랭킹대회 2위, 겨울전국체육대회 여중부 2위 조경아 2011년 전국남녀피겨선수권 여자 싱글 주니어 1위
이들 5명은 모두 1997년생. 조경아만 빼고 모두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조경아도 5월부터 국가대표가 된다. 김연아와 곽민정(17·군포 수리고)을 제외하면 피겨 대표선수 모두가 1997년생 선수들이다.

1997년생 선두주자는 역시 김해진. 지난해 트리글라프 트로피 대회 노비스 부문(13세 이하) 여자 싱글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해진은 초등학생 때 트리플 악셀 점프를 제외한 5가지 트리플 점프를 모두 익힌 유망주다. 초등학생이던 지난해 1월 전국남녀피겨종합선수권대회에서 곽민정을 꺾고 여자 싱글 우승을 차지했다. 초등학생이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03년 김연아 이후 처음이다.

이호정은 올 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처음 출전해 2차 대회에서 9위에, 4차 대회에서 6위에 올랐다. 박소연은 지난해 전국 피겨랭킹전에서 선배 선수들을 제치고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박연준과 조경아도 국내 대회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기록하며 국제 대회 참가를 준비 중이다.

○ 서로 경쟁하면서 실력 쑥쑥

이들 5명이 김연아 곽민정과 다른 점은 경쟁을 통해 실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김연아와 곽민정은 국내의 다른 선수들보다 월등한 실력으로 경쟁자 없이 스케이트를 탔다. 김연아는 “국내 대회에서나 국제 대회에서 함께 스케이트를 타는 국내 선수가 있었으면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이호정과 조경아를 가르치는 최현경 코치는 “실력이 비슷한 동갑내기 선수들이 국내 대회에 나갈 때마다 경쟁을 펼치다 보니 알게 모르게 실력이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희 국제피겨심판도 “이들은 수준 높은 점프를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이대로 실력을 키운다면 국제무대에서 통하는 선수로 클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들의 등장에 국내 피겨계도 희색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이들이 시니어로 데뷔하는 2, 3년 뒤인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때는 김연아에 이은 한국의 두 번째 피겨 메달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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