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체육관에서만 배구해야 합니까”

  • Array
  • 입력 2011년 2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코엑스서 올스타전… ‘발상 전환’ 이끄는 박상설 KOVO 사무총장

동아일보 자료 사진
동아일보 자료 사진
6일 열린 프로배구 올스타전은 두 가지 면에서 화제를 모았다. 하나는 코엑스에서 처음 경기가 열렸다는 것, 또 하나는 야구 선동열, 축구 홍명보 등 다른 종목의 ‘전설’들이 출전해 보기 드문 볼거리를 제공한 것이었다. 발상의 전환과 폭넓은 인맥 없이는 쉽지 않았던 일. 아이디어를 내고 행사를 이끈 한국배구연맹(KOVO) 박상설 사무총장(58·사진)을 만났다.

“체육관 개최와 비교해 비용이 더 들고 준비도 어려웠지요. 보완할 점이 있었지만 배구를 더 알리는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성공한 샐러리맨이다. 1978년 대우에 입사해 지난해 말 대우자동차판매·건설부문 통합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평생 한 번도 지각이나 결근한 적이 없어요. 운동선수 출신이라 안 된다는 얘기를 듣기 싫어 더 열심히 일했죠. 그래도 몸 한번 아프지 않았어요.”(웃음)

그와 스포츠의 인연은 배구를 했던 초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스포츠와 인연은 이어졌다. 입사 초기 기획조정실에서 스포츠단 관리를 했고 1986년부터 2년 동안 올림픽조직위원회에 파견을 나갔다. 1989년에는 대우 로얄즈 축구단 사무국장을 맡았다. 그는 1988년 꼴찌였던 팀을 1990년 2위, 1991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로얄즈는 구단 내부 문제 탓에 1992년 하위권으로 추락했고 그는 팀을 떠나 자동차 판매 영업을 맡게 됐다.

“당시 전국 20곳에 판매본부가 있었는데 가장 실적이 저조한 곳을 맡겠다고 했죠. 주위에서 말렸지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가 맡은 곳은 6개월 만에 실적 1위가 됐다. 부장급이었던 그는 1년 만에 이사 대우로 승진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제일 좋아하는 말이 신의 성실과 솔선수범이에요. 그래야 ‘나를 믿고 따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2008년 7월 그가 부임한 뒤 KOVO의 수익은 크게 늘었다. 이전까지 약 15억 원이었던 기금은 90여억 원이 됐다. KOVO 직원들은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프로배구는 올 시즌 치열한 순위 경쟁까지 겹쳐 출범 이후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케이블 채널에서는 ‘대박’이라는 1% 이상 시청률 경기가 지난 시즌 7회에서 올 시즌 이미 14회를 넘었고, 관중은 3라운드 기준 35%가 증가했다.

“남녀 한 팀씩 창단해 파이를 키웠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요. KOVO가 독자 생존이 가능하도록 재정 자립도를 높여야 하고 드래프트 제도도 보완해야 합니다. 2군을 만들어 더 많은 배구인들이 뛸 곳을 만들어 주는 일도 중요하고요.”

기업인도 좋지만 스포츠 행정가로 불리는 게 더 좋다는 박 총장은 아직도 할 일이 많아 보였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