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열, 야구 더이상 못해도…“그라운드로 다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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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일 07시 00분


올 시즌 끝 선수생활 은퇴…두산과 코치연수 의논 중

송진우 정민철 조웅천 등 유난히 반짝이는 큰별들이 많이 사라진 와중에 크고 화려하진 않았지만 꾸준했던 두산 전상열 역시 세월을 이기진 못했다. [스포츠동아 DB]
송진우 정민철 조웅천 등 유난히 반짝이는 큰별들이 많이 사라진 와중에 크고 화려하진 않았지만 꾸준했던 두산 전상열 역시 세월을 이기진 못했다. [스포츠동아 DB]
그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선수생활을 정리한 두산 전상열(37). 그는 “제2의 야구인생을 살게 됐으니 열심히 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전상열이 ‘은퇴’를 결심한 건 지난 9월. 그는 당시 이천 두산 베어스캠프를 찾은 구단 관계자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고, 시즌 후 정든 유니폼을 벗기로 최종 결정했다.

전상열은 대구상고를 졸업하고 91년 ‘고향팀’ 삼성에 입단,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97년 한화를 거쳐 99년부터 두산에 둥지를 틀었다. ‘스타선수’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별명이 ‘가을전어’일 정도로 포스트시즌마다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2005년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한국시리즈 진출을 일궈내는 결승점을 뽑아내며 생애 첫 MVP를 거머쥐기도 했다.

‘좋은 추억’은 ‘미련’을 낳게 마련. 올해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할 때까지 전상열은 선수생활에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시즌 내내 1군 무대 한 번 밟지 못하는 차가운 현실에 부딪쳤고, 내심 섭섭해 하는 아내 김진희 씨를 설득했다. “다른 팀에서 1년이라도 더 뛰면 좋지만 그렇게 되면 이 팀도 아니고 저 팀도 아닌 상태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그의 말에 아내도 수긍했다.

안팎으로 정리를 마친 전상열은 2009년 가을잔치를 치르는 두산을 응원하기 위해 잠실구장을 찾았다. 그라운드로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라커룸에서 “잘 해서 이겨 달라”며 후배들을 다독였다. 전상열은 “아직 결정되진 않았지만 구단에서 내년 일본 코치연수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조만간 좋은 모습으로 그라운드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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