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 1년새 6번 완주… 남들이 미쳤대요

  • 입력 2009년 6월 4일 02시 59분


하이원 국제트라이애슬론대회 D-10
초보 문영선 씨의 당찬 도전

그는 간호사다. 올해로 경력 10년째다. 섬세한 손길로 환자를 돌보는 그의 취미는 운동이다. 특기도 운동이다. 애인도 운동이란다. 11년 전 운동에 빠진 그가 지금까지 경험한 종목은 인라인스케이트, 수영, 사이클, 스노보드 그리고 트라이애슬론이다.

그는 현재 트라이애슬론과 열애 중이다.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지난해 봄 함께 자전거를 타던 지인의 권유로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무턱대고 대회에 출전했다. 지난해 4월 출전한 통영 BG 트라이애슬론 월드컵에서 2시간48분대 기록으로 완주했다. 처음 출전한 대회의 여자 기록으로는 놀랄 만한 성적이었다. 그 후 그는 거침이 없었다. 두 달 뒤 설악 국제트라이애슬론대회에서 2시간32분대에 골인했다.

그는 지난달 통영에서 열린 월드챔피언십대회까지 6번 트라이애슬론 올림픽 코스를 완주했다. 실패는 없었다. 그리고 열흘 뒤 올림픽 코스의 2배인 O2 코스에서 치러지는 하이원 국제트라이애슬론대회에도 도전장을 냈다. O2 코스 도전은 처음이지만 자신감이 넘친다. “오르막을 올라가는 게 재밌어요. 오르고 난 뒤 온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좋아요.”

그의 자신감은 오랜 운동 경험에서 비롯됐다. 10년 넘게 운동을 거른 적이 없다. 2교대 근무로 야간 근무를 할 때는 밤샘 근무 후 10시간씩 자전거를 타고 다시 일하러 간 적도 많다. 주위 사람들은 “참 별난 사람”이라고 했고 친한 사람들은 “미쳤다”고도 했다. 1남 8녀를 키운 노모(老母)는 막내딸 걱정에 자전거를 갖다 버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포기했다.

어려서부터 뛰어놀기를 좋아했던 딸, 그러나 운동 때문에 일을 그만둘 생각은 없다. 결혼도 할 생각이다. 다만 신혼여행을 최고 권위의 트라이애슬론대회인 하와이 아이언맨 대회에 맞춰 가고 싶단다. 이 여자 이름은 문영선, 29세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박병훈-르제훌라 대표팀코치▼
국내 1인자-외국인 코치 “내가 초대 왕자”

트라이애슬론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스포츠다. 수영, 사이클, 달리기를 쉴 새 없이 하면서 느끼는 고통과 희열은 오로지 본인의 몫이다. 하지만 아무리 극기(克己)의 운동이라 한들 앞서 가는 사람이 있으면 앞지르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

‘진정한 극기는 우승’이라고 믿는 2명이 있다. 2009 하이원 국제트라이애슬론대회의 챔피언을 노리는 박병훈(38·K-SWISS)과 얀 르제훌라(36·체코). 이번 대회에는 해외 엘리트 선수 50명과 국내 엘리트 선수 23명, 동호인 500여 명이 참가한다.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ITU)이 발표한 지난해 장거리 부문 랭킹 1위 지미 욘센(덴마크), 지난해 하와이 하프 아이언맨 우승자 팀 마(미국) 등 쟁쟁한 선수들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박병훈은 한국 철인 1인자다. 그는 2007년 6월 일본 나가사키 고토에서 열린 아이언맨 저팬 대회에서 8시간46분32초로 1위에 올랐다. 국제대회 철인 코스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컵을 안았다. 그는 지난해 11월 아이언맨 플로리다 대회에서 8시간28분51초의 기록으로 골인하며 아시아 최고기록도 세웠다. 그는 “한국에서 이런 큰 대회가 열리게 돼 기쁘다”며 “고향 땅인 강원도에서 열리는 대회 우승을 놓칠 수 없다”고 각오를 밝혔다.

르제훌라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트라이애슬론 동메달리스트로 2005년 3월부터 한국 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다. 그는 한국에 머무르는 4년 동안 한반도 곳곳을 돌며 어린 선수들을 가르쳤고 본인의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도 3월에 일찌감치 코스 답사를 하며 준비했다.

둘은 평소 훈련을 같이 할 정도로 친한 사이다. 박병훈은 르제훌라에 대해 “세 종목 모두 고른 실력을 지녔고 정신력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르제훌라는 “박병훈의 사이클 실력은 세계 최정상급”이라고 치켜세웠다.

둘은 이번 대회 승부처가 오르막길의 연속인 사이클 구간(80km)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병훈은 수영에서 뒤지더라도 사이클에서 역전을 노린다. 르제훌라는 초반부터 다른 선수들을 앞서 나갈 계획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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