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선물 4골… 신태용 “꿀맛이야”

  • 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성남, 전남에 4대1 역전승

“멋지잖아요. 에너지도 넘치고.”

어린이날인 5일 성남종합운동장. 성남 일화 신태용 감독(39)의 열혈 팬임을 자청하는 한 30대 여성이 그라운드 밖 벤치에 앉아 있는 신 감독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는 “원래 경기장에 가끔 오긴 했지만 신 감독님이 오고 나서 더 자주 찾는다”며 활짝 웃었다.

신 감독은 성남이 낳은 대표적인 유명 인사다. 성남에선 “프로축구단은 몰라도 신태용은 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 이런 신 감독이 ‘마음의 고향’인 성남에서 지휘봉을 잡게 되자 주변에선 기대가 컸다. 본인의 의욕 또한 넘쳤다. 그는 “젊은 패기와 나만의 뚜렷한 색깔로 팀을 이끌겠다”며 자신만만해했다.

그러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시즌 개막 한 달이 지난 4월 초순까지 홈 첫 승은커녕 정규리그 첫 승도 하지 못했다. 주변에선 “너무 일찍 감독 배지를 달아준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이런 반응이 나올 때도 정작 신 감독은 “생각대로 팀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태연했다. 이런 그의 구상이 드디어 빛을 보는 것일까. 성남이 달라졌다. 정규리그와 컵 대회 모두 뚜렷한 상승세. 경기 결과도 그렇지만 내용도 짜임새가 생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남은 5일 최근 2연승 중이던 전남과의 피스컵 코리아 조별 리그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경기 전 “무조건 앞으로 전진해야죠”라는 신 감독의 말대로 성남은 쉴 새 없이 몰아쳤다. 결과는 4-1 대승. 전반 14분 전남 김명운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바로 모따가 동점골을 넣었다. 이후 고재성 조동건이 연속 골을 성공시켰다.

후반 34분엔 한동원이 쐐기 골을 넣어 어린이날 축구장을 찾은 팬들을 즐겁게 했다. 생일(음력 4월 11일)을 맞은 신 감독에게도 이날 승리는 뜻 깊은 선물이 됐다.

경기 후 신 감독은 승리 비결을 묻자 “지난달 11일 포항과의 정규리그 첫 승 이후 펼친 레슬링복 세리머니 덕분인가 보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올 시즌 키워드로 내건 ‘자율축구’와 ‘공격축구’가 자리 잡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만족해했다. 평소 신 감독은 “프로 선수라면 자기 관리는 스스로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올 시즌 그의 새로운 ‘자율축구’ 실험이 프로축구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지 기대된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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