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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8일 0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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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경기가 끝난 뒤 응원석에는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된다.
관중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때문이다.
16일 삼성과 두산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벌어진 잠실구장 스탠드에는 3만 500명이 운집했다. 이처럼 응원석이 가득 찰 경우 과연 몇 명의 청소 요원이 투입될까. 정답은 50명이다. 청소 요원은 경기가 끝난 뒤 30분 내 투입된다.
오후 10시 경기가 끝나면 오후 10시30분께 응원석으로 들어와 1차로 쓰레기를 한 곳에 모으는 작업을 오전 3∼4시까지 한다. 쓰레기를 다 모으면 들고 나와 야구장 밖 적환장에서 분류 작업을 한다. 재활용품과 일반 쓰레기를 분류하면 동이 트고, 청소차가 와서 쓰레기를 싣고 간다.
매진인 경우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500개가 소요될 정도로 양이 많아 청소차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수 차례 드나든다. 플레이오프처럼 매진 사태가 이어지는 경우는 쓰레기 양이 많아 특별히 청소차 업체에 빨리 쓰레기를 치워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는 개당 2180원이라 매진 경기 마다 쓰레기봉투 값만 109만원이 나간다. 관중이 2만 명 드는 경우는 350개에서 400개의 쓰레기봉투가 필요하고 가격으로는 76만원∼87만원이 든다.
청소는 잠실구장 운영본부에서 하청을 준 동현 에지니어링의 재하청 업체 영정에서 맡고 있다. 홈팀 순위, 상대팀 투수 카드, 평일과 주말 경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등급을 분류하고 이에 따라 인원을 투입한다.
관중이 2만 명인 경우 35∼40명이 청소를 하고, 1만 명 미만인 경우에는 최소 인원 23명이 쓰레기를 정리한다. 때론 예상보다 많은 관중이 몰려와 청소 요원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이런 때는 추가 인원이 투입되지 않아, 청소 시간이 더 길어진다.
청소에 필요한 조명은 얼마나 될까. 잠실구장에는 6개의 조명타워에 총 484개의 전구가 있다. 2003년 교체한 조명탑은 내야 2500룩스, 외야 1900∼2000룩스로 메이저리그 경기장 수준이다.
하지만 청소할 때도 경기처럼 등을 전부 킨다면 엄청난 전력이 소요될 터. 따라서 청소 시에는 6개의 조명타워마다 6개의 전구(일명 ‘청소등’이라 불린다)씩 총 36개의 전구를 켜고, 내야 관중석 상단에 위치한 수십 개의 전구도 점등한 채 청소 작업이 진행된다.
등 1개는 시간당 1.5kw의 전력이 소진되는데, 이는 가정에서 쓰고 있는 소형 벽걸이 에어컨의 전력 소비량과 비슷하다. 참고로 전광타워 전구는 메탈등과 백열등으로 다시 구분되는 데 청소 때는 메탈 등을 사용한다.
잠실구장에서 많이 나오는 쓰레기는 막대풍선, 닭다리, 족발 등이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협찬사인 G마켓에서 쓰레기를 담아 달라며 봉투를 나눠줬지만 봉투 대신 여전히 자리 밑에 쓰레기를 버리고 간 사람들이 많았다. 잠실구장 운영본부 이일재 본부장은 “봉투에 넣어 자리에 두고 가는 것만으로도 청소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며 성숙한 관중 매너를 당부했다.
잠실 |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사진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