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사제지간 “10월만 되면 적”

  • 입력 2008년 10월 16일 09시 23분


변경수 감독-차영철 코치, 선수로 출전 후배와 경쟁

1986서울아시안게임 트랩 금메달리스트 변경수(50) 사격대표팀 총감독. 1988서울올림픽 남자50m소총복사 은메달리스트 차영철(49) 대표팀 코치. 이들은 10월만 되면 2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는다. 이때는 태릉에서 호흡을 맞추던 대표팀 제자들도 선의의 경쟁자가 된다.

변 감독과 차 코치는 제89회 전국체전 사격부문에서 고향인 충북대표로 출전했다. 변 감독은 13일, 나주 전남사격장에서 열린 남자트랩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2일 열린 트랩 개인전에서는 6위. 경남대표로 출전한 국가대표 이영식(35)이 한국타이기록(142점)을 세우며 1위에 올랐다. 이영식은 “변 감독님이 출전하는 전국체전은 후배들에게 큰 부담”이라고 털어놓았다. 정식선수생활을 접었고, 연습량도 적을 수밖에 없는 지도자들에게 패한다면 선수들도 자존심이 상한다. 변 감독은 “원래 1등을 하려고 했다”면서 “앞으로 5년은 더 나올 생각”이라고 웃었다.

차 코치는 13일 남자50m소총복사에서 5위, 14일 남자50m소총3자세에서 9위에 올랐다. 2006년, 제87회 전국체전에서 50m복사 은메달, 50m3자세 금메달을 딴 것보다는 부진한 성적. 하지만 후배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소총 3자세에서 1위를 차지한 국가대표 한진섭(27·국군체육부대·충남대표)은 “2006년, 차 코치님에게 패한 다음에는 고개를 못 들고 다닐 정도로 부끄러웠다”고 회상했다.

차 코치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부담 없이 쐈는데 정말 안 되더라”면서 “고향에서 젊은 선수들이 나오지 않아 계속 전국체전에 나서야 하는 처지”라며 웃었다. 사격대표팀은 17일 재소집, 전국체전에서 적으로 만났던 사제(師弟)는 다시 뭉친다.

여수|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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