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불통’ 호시노, 일본이 선택한 자멸의 길

  • 입력 2008년 8월 17일 13시 30분


호시노 센이치는 일본을 대표하는 야구인이다. 화려한 선수시절을 지냈고 지도자로서도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그런 호시노가 2008 베이징올림픽 예선을 앞두고 일본 대표팀 감독으로 선정되자 열도는 ‘나가시마 재팬’과 맞먹는 성원을 보냈고, 언론에서도 ‘호시노 재팬’의 일거수일투족을 뉴스로 보도했다.

하지만 호시노는 앞서 대표팀을 맡은 나가시마 시게오나 오사다하루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 평생을 요미우리에 맞서 싸운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의 주장과 고집이 강하다. 성격도 화를 참지 못하는 다혈질. 자신의 의지대로 팀을 운영하며 모든 것을 직접 관리한다.

때문에 아무도 그의 결정과 행동에 불만을 토로할 수 없다. 자신의 지도방식에 순응하지 못하는 선수에게는 출전 기회를 주지 않는다.

다쓰나미나 가와카미처럼 차분하고 원하는대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에게 무한신뢰를 보내지만, 개성이 강한 선수에게는 채찍과 불호령이 떨어진다.

대표적인 예가 이종범. 김응용이라는 거물 감독 밑에서도 자유롭게 플레이를 펼쳤던 이종범은 호시노와 함께 했던 시간 동안 기를 펴지 못했다. 시즌 초반 4할대 타율을 유지했음에도 용병 데이빗 닐슨(일본리그 등록이름 딩고)의 테스트를 위한 희생양이 돼 2군으로 내려가는 등 적지 않은 불이익을 당해야 했다.

일본 프로야구를 정복한 타이론 우즈가 호시노가 팀을 맡고 있는 주니치에서 뛰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성적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장기레이스에서는 감독의 고집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야구는 감독이 아닌 선수들의 능력에 의해 순위가 결정되는 운동이기 때문.

하지만 단기전은 다르다. 감독의 결정과 작전에 따라 승패가 바뀔 수 있다. 한국운 김경문 감독의 멋진 용병술과 작전으로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호시노의 고집과 무능함 때문에 4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호시노는 확실한 1승 카드 다르빗슈 유를 세계 최강 쿠바전에 투입해 의미 없이 날려버렸다. 승리를 거두긴 했으나 대만전에서도 그의 답답한 경기운영 탓에 힘든 경기를 펼쳤다.

한국전도 마찬가지. 선발 와다의 한 발 늦은 교체로 동점을 허용했고, 무사가 아닌 1사 1루에서 번트를 시도해 한국에 역전 기회를 제공했다. 또 8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이와세를 9회까지 쓰려다 경기를 망쳤다. 동점상황이긴 했지만 후지카와 등 뛰어난 불펜투수들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세를 쓰는 건 이해할 수 없는 마운드 운영이었다.

게다가 한국전에서는 자기 선수를 편애하는 모습까지 엿보였다. 자신이 주니치 시절 지명하고 지도한 가와카미와 이와세를 중용했다. 9회말 2아웃 마지막 찬스에서도 주니치 시절 함께 한 모리노가 대타로 등장했다. 또 니시오카라는 공수주를 겸비한 선수를 2루수로 기용할 수 있음에도 공격력이 떨어지는 아라키를 선발 2루수로 출전시켰다.

이날 한국전에 모습을 드러낸 가와카미, 이와세, 아라키, 모리노는 모두 호시노가 1990년대 중후반에 지명해 길러낸 선수들이다.

일본 언론들도 이러한 호시노의 무능함과 답답한 리더쉽을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호시노가 지금처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묵살한다면 일본은 4강 진출도 쉽지 않을 것이다. ‘고집불통’ 호시노가 이제와서 자신의 생각을 굽힐 리도 만무하다.

힘겹게 4강에 올라 다시 만나더라도 호시노가 팀을 맡고 있는 한 더 이상 일본은 두려운 팀이 아니다.

일본은 호시노를 감독으로 선택한 것부터 실수였다.

베이징=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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