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챔프’ 이 황홀함 어찌 잊으랴

  • 입력 200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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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필즈오픈(하와이 코올리나GC)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이미나(KTF)가 21일 연습라운드 중 티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 제공 KTF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필즈오픈(하와이 코올리나GC)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이미나(KTF)가 21일 연습라운드 중 티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 제공 KTF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대회인 필즈오픈이 열리는 하와이 코올리나GC(파72)의 정문에는 이미나(KTF·사진)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다. 정문뿐 아니라 눈에 잘 띄는 장소마다 그의 얼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미나가 지난해 챔피언이라 대회 주최 측에서 예우를 한 것이다.

“알아보는 사람도 많고….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네요.”

이미나는 지난 대회에서 선두에게 7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에 들어갔지만 7언더파를 몰아치며 연장전 끝에 역전 우승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3일 대회 개막을 앞두고 갤러리들의 쏟아지는 사인 요청을 받기도 한 그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연습 라운드 그린피 면제 혜택을 받았고 기자회견에 초청되기도 했다.

21일 발표된 1라운드 조 편성에서도 일본의 인기 스타 미야자토 아이, 최근 유럽 투어에서 2주 연속 우승한 강호 캐리 웹(호주)과 같은 조로 묶여 흥행 카드 대접을 받았다.

이미나는 대회 주최 측으로부터 전용 차량 제공도 제의받았으나 숙소가 골프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사양하기도 했다.

주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미나는 “코스와 궁합이 잘 맞는다. 다만 강한 바람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과제다”라고 말했다.

이미나의 말대로 골프장에는 최고 시속 40km에 가까운 강풍이 몰아쳐 아름드리 야자수가 휘청거릴 정도였다. 바람 탓에 정상적인 연습이 힘들어져 9홀을 도는 데만 3시간이 넘게 걸렸다.

김미현(KTF)은 “맞바람이 불면 세 클럽 정도 길게 잡아야 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서양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한국 선수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바람이다.

이번 대회에는 성이 김 씨인 선수 9명을 포함해 한국인 또는 한국계 선수가 35명이나 출전해 지난주 시즌 개막전인 SBS오픈에서 못 이룬 첫 승에 도전한다. 지난해 LPGA 투어 상금 랭킹 상위 10명 가운데 9명이 출전해 우승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상금 30위 돼야 본전 뽑아요”▼

“출전 경비도 못 뽑았네요.”

‘얼짱 골퍼’ 홍진주(SK)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데뷔전인 지난주 SBS오픈에서 처음으로 1809달러(약 17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예선 통과 선수 85명 중 공동 83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를 비롯한 대부분의 한국 선수는 이번 주 필즈오픈까지 2주 연속 하와이 대회를 치르면서 1만 달러(약 940만 원)에 가까운 경비를 쓰고 있다.

하와이가 관광지여서 하루 호텔 숙박비는 미국 본토 대회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300달러 정도. 식대에다 캐디의 왕복 항공료(300∼400달러), 주급(800∼1100달러) 등을 합치면 비용은 껑충 뛴다.

이런 식으로 LPGA투어에서 뛰려면 연간 40만 달러 정도는 필요하다.

스폰서 없이 상금만으로 경비를 조달하려면 연말 상금 랭킹 30위 안에 들어야 겨우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수는 비행기는 생각조차 못하고 차로 10시간 이상 이동하는 고행을 해야 한다.

올 시즌 LPGA투어 출전권이 있는 한국 선수 49명 중 스폰서가 있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되는 실정. 이렇다 보니 차라리 국내나 일본 투어가 더 실속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고의 무대 뒤에 감춰진 그늘. 세계 최강이라는 한국 여자 골프의 두 얼굴이다.

호놀룰루=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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