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사자기]효천 "야구는 9회부터야"

  • 입력 2000년 6월 25일 1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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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과 재역전, 파란….

황금사자의 첫 날은 그렇게 시작했다. 예측 못한 이변 속에 우승후보 경남고와 서울의 기수 휘문고도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었다. 4경기 모두 역전 승부가 벌어지는 접전 끝에 순천 효천고와 속초상고, 청원정보고와 동산고가 1회전을 통과했다.

▽순천 효천고-포철공고

프로 2차 지명 전체 1순위로 뽑힌 김희걸을 보유한 포철공고가 8회까지 3-0 리드를 잡을 때까지 효천고의 승리를 점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운명의 9회. 효천고는 선두 이승철이 왼쪽안타로 살아 나가며 가물가물한 불씨를 되살리기 시작했다. 1사 2루에서 상대 실책으로 1득점해 1-3. 8번 대타 이성열이 아웃돼 2사로 궁지에 몰렸으나 포철공고 내야진이 다시 한번 도와줘(?) 2사 1, 2루.

포철공고 오대석감독은 호투하던 에이스 김희걸 대신 유혜정을 마운드에 올렸으나 오히려 이게 화근이었다. 효천고 톱타자 황덕천은 기다렸다는 듯이 유혜정의 초구를 통타, 좌측 담장을 넘기는 역전 3점포를 쏘아올렸다. 이 한방에 승부는 끝.

▽속초상고-대전고

막강 화력의 승리.

올해 대통령배와 청룡기에서 연속 8강에 오른 속초상고는 1-2로 뒤진 4회부터 대전고 마운드를 난타했다. 1사 3루에서 9번 박용근의 가운데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든 뒤 2사 1, 2루에서 3번 이윤호의 좌월 3점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5회엔 타자 일순하며 7안타를 몰아쳐 7득점. 속초상고 이윤호는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5타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고 5번 이동호도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청원정보고-휘문고

11-2란 점수가 나올 팀들의 대결이 아니었다. 청원정보고가 이겼다기보다 휘문고가 자멸한 게임. 서울의 ‘빅3’중 한 팀으로 꼽히는 휘문고는 5회까지 매회 실수를 하는 등 무려 8개의 실책으로 무너졌다.

주전 포수 박성제와 2루수 권소용이 부상으로 빠져 수비진에 생긴 공백을 메우기 힘들었다. 마운드에 선 휘문고 에이스 황규택은 의욕을 잃은 듯 7이닝 동안 10안타 11실점(4자책). 청원정보고는 9-2로 앞선 5회 희생번트를 대는 등 시종 ‘안전 전략’으로 휘문고의 의지를 꺾었다.

▽동산고-경남고

승부의 분수력은 8회말 경남고 공격. 3-9로 뒤지다 7회 4점, 8회 1점 등 맹추격에 나서 8-9로 턱밑까지 쫓아간 경남고는 1사 만루의 황금찬스를 잡았다. 타자는 7번 유희상. 하지만 유희상은 2루수 정면 땅볼을 치는 바람에 3루 주자가 홈에서 포스아웃됐다. 3루에서 오버런하던 2루 주자 박정준도 동산고의 고교 최고 포수 정상호의 기막힌 송구에 걸려 졸지에 스리아웃.

8회 역전 기회를 놓친 경남고 선수들은 땅을 쳤고 위기를 벗어난 동산고는 9회 1점을 추가해 10-8 승리를 따냈다. 우승 후보로 꼽힌 경남고는 마운드의 ‘쌍두마차’ 이대호와 장기영이 난조를 보여 1회전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김상수·주성원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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