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자. 16강으로.” 월드컵본선 첫 승과 대망의 16강진출의 꿈을 이루겠다는 한국월드컵전사들의 새해 함성은 우렁차기만 하다. 월드컵 통산 4회진출에 3무8패. 54년 스위스대회 첫출전 이후 86멕시코, 90이탈리아, 94미국대회를 거치면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는 한국축구가 마침내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장을 98프랑스월드컵본선에 던졌다. 유럽의 강호 네덜란드 벨기에, 북중미 최강 멕시코. 어느 팀도 만만치가 않다. 그러나 역대 참가대회의 교훈을 거울삼아 적극 대비하면 못 이룰 것이 없다는 각오다. 네차례 본선 도전사와 함께 월드컵전사들의 다짐을 들어본다.》
▼ 54년 상처뿐인 데뷔전
‘6.25’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1954년. 월드컵 예선에서 일본에 1승1무로 이긴 한국은 월드컵 첫 본선 진출의 쾌거를 이룩했다.
제5회 스위스 월드컵. 한국선수단은 장장 64시간의 비행 끝에 스위스 취리히에 도착하는 등 악조건 속에 경기를 치렀다.
한국은 당시 세계 최강으로 꼽히던 헝가리, 강호 터키와 한 조에 속했다.
홍덕영 박규정 박재승 강창기 민병대 주영광 정남식 성낙운 최정민 우상권 박일갑 등이 선발로 나섰으나 체력과 기술이 월등히 앞서는 헝가리를 상대로 투지와 근성만 갖고 맞서기는 너무나 벅찼다. 전반 23분 첫 골을 뺏긴 뒤 연이어 실점, 0대9로 대패했다.
한국은 닷새 뒤 제네바에서 터키와 2차전을 가졌으나 역시 0대7로 졌다. 월드컵 데뷔전은 ‘상처뿐인 패배’였다.
▼ 86년 32년만에 본선행
32년만에 밟아본 월드컵 무대.
한국은 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불가리아 등 강팀들과 같은 조에 속했지만 차범근 허정무 최순호 박창선 조영증 조광래 등 아시아 최강임을 자부하는 「태극 전사」들은 두려움이 없었다.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 첫판에서 맞붙은 한국은 「태권도 축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투지로 맞섰으나 역부족.
그러나 한국은 박창선이 25m 중거리슛으로 월드컵 1호골을 기록하는 순간을 맞았다.
한국은 불가리아와의 두번째 경기에서 김종부의 동점골로 1대1로 비겼다.
이탈리아와의 3차전. 비록 2대3으로 졌으나 최순호의 자신감 넘친 날카로운 중거리슛, 허정무의 절묘한 두번째 골은 백미였다.
대회 우승팀인 아르헨티나와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 등 강팀들을 상대로 무려 4골을 뽑아 한국축구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 90년 세계축구벽 실감
월드컵 2회 연속 진출을 이룬 한국은 90이탈리아월드컵에서 벨기에 스페인 우루과이와 맞섰다.
최순호 변병주 이태호 김주성 황보관 등이 포진한 한국은 「황색돌풍」을 일으킬 팀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딴판이었다.
세계축구의 흐름을 등한시한 결과였다.
한국은 벨기에와의 첫경기에서 상대의 「압박축구」에 말려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0대2로 완패했다.
스페인과의 2차전에서도 전반 종료 직전 황보관이 프리킥을 미사일같은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연결, 동점골을 뽑아내며 선전했으나 후반들어 수비불안으로 연속 두골을 허용,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비교적 약체인 우루과이전에서 희망을 걸었지만 경기막판 체력열세와 심판의 부당한 판정으로 무너졌다.
세계축구의 높은벽을 다시한번 실감해야 했다.
▼ 94년 가능성 다시 확인
94미국월드컵에서 전대회 우승팀 독일을 비롯, 스페인 볼리비아와 맞붙은 한국은 비록 예선탈락했지만 한국축구의 저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한국은 첫 경기에서 스페인의 공격에 맥을 못춘 채 0대2로 뒤졌다.
그러나 태극 전사들은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서 악착같은 투혼을 발휘, 종료 5분을 남기고 홍명보가 프리킥을 그대로 꽂아넣은데 이어 교체 멤버인 서정원이 기적적인 동점골을 엮어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2차전 상대인 볼리비아를 ‘1승 제물’로 삼았으나 수차례의 결정적 찬스를 놓쳐 0대0.
한국은 독일과의 경기에서 전반에만 세 골을 허용해 패색이 짙었으나 특유의 투지를 앞세워 경기의 흐름을 반전시켰고 홍명보의 35m 장거리슛과 황선홍의 추가골로 바짝 추격, 독일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