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재취업, 직종 바뀌면 월급 절반까지↓…‘경력 초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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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을 입은 고령 지원자가 면접을 보는 모습. 정년 이후에도 노동시장에 남지만, 경력과 무관한 일자리로 이동하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게티이미지뱅크
정장을 입은 고령 지원자가 면접을 보는 모습. 정년 이후에도 노동시장에 남지만, 경력과 무관한 일자리로 이동하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년 이후에도 일은 이어지지만, 경력은 이어지지 않는다. 그 공백은 임금 하락으로 이어진다.

정년을 전후해 노동시장에 남은 고령자들이 기존 숙련을 활용하지 못한 채 소득이 크게 낮아지는 구조가 확인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고령자의 노동시장 이행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60대 초반 고령자의 절반가량은 생애 주된 경력과 관련 없는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혀 다른 직종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경력이 단절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경력 유지 여부에 따라 임금 격차도 뚜렷했다. 경력을 유지한 채 이동할 경우 임금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산업이나 직종이 바뀌는 경우 근로소득은 평균 20% 내외 감소했다. 특히 5년 이상 근속한 정규직은 감소 폭이 40% 수준까지 확대됐다. 정년 이후 노동 이동이 단순한 재취업이 아니라 소득 하락을 동반한 이동으로 나타난 셈이다.

● 재고용은 90%, 재취업은 절반…갈리는 임금 구조


재취업 경로에 따라 임금 수준은 크게 갈렸다. 정년퇴직자가 기존 사업장에 재고용될 경우 임금은 퇴직 전의 약 90% 수준을 유지했지만,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하면 크게 낮아졌다.

특히 직종까지 바뀌는 경우 임금 하락 폭은 더 커졌다. 일부 사례에서는 임금이 50%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5년 이상 근속한 정규직일수록 하락 폭이 더 크게 나타나, 축적된 숙련이 재취업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가 확인됐다. 같은 숙련이라도 유지되느냐 단절되느냐에 따라 임금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고용 유지 자체도 쉽지 않았다. 59세 기준 일자리를 유지하는 비율은 60세 84%에서 64세 40% 안팎까지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가 노동시장을 떠나거나 기존 경력과 무관한 일자리로 이동했다.

국제 비교에서도 유사한 특징이 나타난다. 한국의 고령층은 노동시장 참여 자체는 높은 수준이지만, 장기 근속 비중은 낮고 단기 일자리 비중은 높은 편이다. 이는 고령자 고용이 ‘지속’보다 ‘이동’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고령자 고용 문제의 핵심을 일자리 부족이 아닌 숙련 활용의 문제로 봤다. 이미 60대 초반의 경제활동 참여는 높은 수준이지만, 축적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해 임금과 생산성이 함께 낮아지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단순히 정년을 늘리는 것보다, 축적된 숙련을 이어갈 수 있는 노동 이동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생애 숙련을 활용하는 일자리로 이동할 경우 임금 하락분 일부를 보완하는 임금보험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령자 재취업#정년 이후 일자리#경력 단절 문제#임금 감소 40%#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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