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잔액-코인도 기부… 일상 속 ‘작은 나눔’ 커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1일 03시 00분


부담 적은 ‘소액 기부 문화’ 확산
지역화폐 앱, 1원 단위도 설정 가능
한해 7742건 접수… 6490만원 모여
지자체들은 항공 마일리지 활용… 디지털 자산 기부 인프라도 마련

올해 8월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디지털 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디지털 자산 기부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관계자들이 모여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올해 8월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디지털 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디지털 자산 기부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관계자들이 모여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직장인 김송은 씨(40)는 지난달 민생지원금을 사용하고 남은 145원을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모금회)에 기부했다. 모바일 지역화폐 애플리케이션(앱)인 서울페이 플러스에서 ‘상품권 기부하기’ 기능을 이용해 기부했다. 김 씨는 “사용하기 애매한 잔돈을 앱을 통해 편리하게 기부할 수 있다”며 “적은 금액이라 부담이 적고 기부했다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어 상품권 기부 기능을 애용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모바일 지역화폐 어플리케이션(앱) 서울페이플러스. 앱에 적립된 상품권을 희망 금액만큼 비영리단체 등에 기부할 수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서울시 모바일 지역화폐 어플리케이션(앱) 서울페이플러스. 앱에 적립된 상품권을 희망 금액만큼 비영리단체 등에 기부할 수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기부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처럼, 적은 금액이라도 베푸는 데 쓰는 ‘생활 속 기부’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 모바일 소액 기부가 심적 장벽 낮춰

모바일 지역화폐 앱 등에서 개인이 소액을 간편하게 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면서 기부에 대한 심적인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서울페이플러스 앱에서 지역화폐인 서울사랑상품권을 산 뒤 상품권 기부하기를 누르면 원하는 금액만큼 기부할 수 있다.

소액도 가능해지면서 상품권 잔액 등을 기부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상품권 기부가 도입된 뒤 올해 12월 2일까지 1년간 7742건이 접수됐고 6490만 원이 모였다. 앱으로 기부하면 카드 수수료를 차감하지 않고 기부금 전액이 복지 단체에 전달된다. 기부영수증도 앱에서 신청하면 간편하게 받을 수 있다.

걷기를 실천하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주는 서울시 건강관리 플랫폼 ‘손목닥터 9988’로 기부할 수도 있다. 앱을 내려받은 뒤 하루 8000보씩 한 달에 20일 이상을 걸으면 걷기만으로 연간 최대 8만5000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포인트는 서울페이머니로 전환해 서울페이 플러스 앱에서 기부할 수 있다.

지방세 환급금 기부도 증가세다. 서울시가 2014년 관련 제도를 도입한 뒤 올해 11월까지 누적된 기부금은 1억8000여 만 원이다. 올해 9월부터 1000원 미만 잔돈을 기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 올해 9월에만 435만7050원이 모이며 전년 동월보다 전체 지방세 환급금 기부금이 158만4510원 늘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제 성장률이 1%에 그치는 등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적은 금액으로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항공 마일리지-비트코인 기부도 등장

올해 6월 충남도는 직원들이 해외 출장으로 받은 항공 마일리지로 항공사 온라인 쇼핑몰에서 1288만 원 상당의 생필품 등을 사 모금회에 전달했다. 경남도, 전남도도 같은 방식으로 참여하는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출장 항공 마일리지를 활용한 기부에 동참하는 추세다.

박미희 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이제 기부는 특별한 결심이 아니라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경험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며 “보다 활성화하려면 무인정보 단말기(키오스크)에서 기부하거나 카카오톡에 기부 선물 쿠폰을 만드는 등 일상적으로 자주 하는 행동에서 기부할 수 있는 방법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5월 비영리법인 가상자산 매각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디지털 자산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호우 피해 복구 지원을 위해 써 달라며 비트코인 5개(약 6억8000만 원)를 모금회에 전달했다. 이에 더해 모금회와 협업해 가상자산을 더욱 편리하게 기부할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박동욱 사랑의열매 모금기획팀장은 “다양한 기부방식 도입을 통해 개인 기부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며 “생활 속에서 쉽고 자연스럽게 나눔이 일어날 수 있도록 협업하는 지자체를 늘리고 젊은 세대의 기부 경험을 확대할 수 있는 캠페인 등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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