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봉권 띠지 분실-쿠팡 수사 외압 의혹, 상설특검이 수사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25일 01시 40분


법무장관 결정으로 출범 첫 사례
최대 68명 특검팀, 최장 90일 수사

검찰의 ‘관봉권 띠지 분실’과 ‘쿠팡 퇴직금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상설특검이 가동된다. 2014년 상설특검이 도입된 이후 법무부 장관 결정으로 출범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24일 “상설특검 수사로 국민적 의혹이 일고 있는 두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로 했다”며 “실체적 진실 규명에 앞장서야 할 검찰이 진실을 왜곡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검찰의 자체 감찰만으로는 국민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며 “강제력과 객관성이 담보된 제3의 기관인 상설특검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국민에게 명확히 밝히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법무부는 총 7명의 특검 후보자 추천위원회를 꾸려 후보자 2명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추천하게 된다. 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한다. 임명된 특검은 특검보 2명, 파견 검사 5명, 특별수사관 30명, 파견 공무원 30명 등 최대 68명 규모로 수사팀을 꾸린다. 하나의 상설특검이 ‘관봉권 띠지 분실’과 ‘쿠팡 퇴직금 수사 외압’ 의혹을 모두 수사하게 된다. 특검은 준비 기간 20일을 거쳐 60일간 수사할 수 있고, 대통령 승인을 받아 최대 30일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법조계에선 상설특검 가동 결정에 이 대통령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이 대통령은 ‘관봉권 띠지 분실’ 의혹과 관련해 특검이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23일 “공명정대해야 할 사정기관 공직자들이 불법을 덮거나 없는 사건을 조작하고 만들어 국가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했다.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은 서울남부지검이 지난해 12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 자택 압수수색에서 발견한 현금 다발에 둘러져 있던 한국은행 관봉권 띠지와 스티커를 잃어버린 사건이다. 대검찰청은 8월 남부지검을 압수수색하는 등 고강도 감찰을 진행했지만 의도적 증거 인멸은 없었다는 결론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쿠팡 퇴직금 수사 외압’ 의혹은 쿠팡 자회사의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수사했던 문지석 부장검사가 국정감사에서 당시 엄희준 부천지청장으로부터 무혐의를 종용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됐다. 엄 지청장은 이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을 수사했던 인물이다.

“띠지 분실 대검 감찰, ‘제 식구 감싸기’ 의심 거두기 쉽지않아”
[특검 수사]
“상설특검이 수사”
檢 “고의 은폐 없다” 결론 직후 결정
후보 2명 추천받아 대통령이 임명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하고 있다. 2025.10.14. 서울=뉴시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하고 있다. 2025.10.14. 서울=뉴시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상설특검 가동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24일 “(대검찰청 감찰에서) 관련자들 진술도 많이 확보했지만 대상자가 검사이기에 ‘제 식구 감싸기’ 의심을 거두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정 장관의 결정은 대검찰청이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과 관련해 “윗선의 증거 은폐 지시나 고의가 없었다”는 결론을 법무부에 전달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나왔다. 정 장관은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건도 수사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며 “상부에서 사건을 왜곡하려는 의도와 지시가 있었는지 명백히 밝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정 장관은 결정에 앞서 검찰총장 대행을 맡은 노만석 대검 차장검사와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법무부 장관이 상설특검을 가동하려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2014년 도입된 상설특검은 개별 특검법을 만드는 과정 없이 곧바로 법무부 장관 판단이나 국회 본회의 의결에 따라 특검을 가동할 수 있는 제도다. 앞서 2021년 ‘세월호 상설특검’ 당시엔 국회 의결로 출범했다.

상설특검의 수사 기간과 인력 규모는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로 정해져 있지만, 특검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은 앞으로 국회에서 협의해야 한다. 국회 규칙에 따르면 후보추천위원 7명은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과 국회가 추천한 4인(여야 2인씩)으로 구성된다. ‘1호 상설특검’이었던 세월호 특검은 여야 이견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 임명요구안이 의결된 뒤 추천위원회가 구성되는 데까지 4개월 넘는 시간이 걸렸다.

상설특검이 올해 안으로 출범할 경우 현재 수사 중인 ‘3대 특검’에 배치된 인력을 포함해 특검에서 근무 중인 검사와 수사관, 공무원들이 최대 820여 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수사 중인 3대 특검과 관련해 수사 기간과 인력 규모를 늘리는 ‘더 센 특검법’이 공포되면서 내란 특검은 317명, 김건희 특검은 297명, 채 상병 특검은 145명 규모까지 운영할 수 있다. 이 중에서 특검과 특검보, 파견 검사는 최대 187명이다.

역대 특검은 총 14번 출범했는데 13번은 국회가 ‘국정농단 특검법’ 등 개별 특검법을 통과시킨 사례였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12·3 비상계엄과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에 대해서도 상설특검 요구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지만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을 임명하지 않았다.

#관봉권 띠지#쿠팡 퇴직금#상설특검#정성호#법무부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