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못 지켜줘서 미안해”…대전 초등생 추모 물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1일 19시 12분


11일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김하늘 양의 빈소가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에 김양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2025.2.11/뉴스1

“아가야 미안해. 어른들이 못 지켜줘서.”

“어제 이 시간에는 해맑게 뛰어놀던 하늘이였거늘,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여쁜 너의 모습을 볼 수가 없겠구나.” 11일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는 전날 교사의 흉기에 찔려 숨진 이 1학년 김하늘 양(8)을 추모하는 편지와 메모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옆에는 꽃다발과 꽃송이, 생전 하늘 양이 좋아했을만한 과자, 인형, 젤리, 초콜릿 등도 놓여 있었다. 이 곳에서 만난 김태우 군(7)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프지 말고 좋은 곳으로 가, 친구야”라고 읊조렸다. 주민 최모 씨(62)는 큰 소리로 엉엉 울면서 “어른들이 못 지켜줘서 미안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부터 주부, 대학생, 인근 어르신들까지 찾아와 국화를 놓고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 학교 울타리에는 추모 쪽지, 빈소는 눈물바다

지난 10일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A양이 교사에 의해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일 범행이 발생한 학교에서 시민들이 A양을 추모하고 있다. 2025.2.11/뉴스1
초등생이 학교 안에서 교사의 손에 숨진 사건에 대전 지역은 비통함에 휩싸였다. 이날 긴급휴업 한 초교 정문과 울타리에는 “하늘가서는 꼭 행복하게 지내. 많이 아팠지? 편히 쉬어”, “이런 일이 다신 일어나선 안되고 이 사건은 너의 잘못이 아니야. 6학년 7반 학생” 등의 추모 메모가 붙었다. 가수 토이의 ‘딸에게 보내는 노래’의 가삿말인 “사랑스런 너를 만나던 날, 바보처럼 아빤 울기만 하고 조심스레 너의 작은 손을 한참을 쥐고 인사를 했단다”를 적어놓은 편지도 있었다.

학부모 임모 씨(38)는 “하늘이는 우리 딸과 함께 방과 후 수업으로 방송댄스 수업을 듣던 사이”라며 “아이도 충격이 크다. 다른 아이들도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최모 씨(66)는 “손주가 6학년인데 이런 일이 벌어져서 너무 황망하다. 내 새끼가 이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해보니 계속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진모 군(10)은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달려왔다. 이런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같은 시간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의 하늘 양 빈소는 눈물바다가 됐다. 영정사진 속 하늘 양은 생전 해맑게 웃던 모습이었고, 옆에는 평소 좋아했던 지역축구팀 검은색 점퍼가 걸려 있었다. 부모와 함께 빈소를 찾은 하늘 양의 친구들은 아직 친구의 죽음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영정사진 앞에서 어색한 표정을 지었고, 이를 본 조문객과 유족들은 눈물을 흘렸다.

하늘 양 담임교사는 제자 영정사진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며 “(하늘 양을) 못 보내겠어요”라고 말했다. 조문을 마친 교사들은 장례식장을 떠나지 못하고 복도에 서서 눈물을 흘렸다.

● 학부모 “누구도 믿을 수 없어 불안”

이 사건으로 “학교에서 교사가 아이를 해치다니. 누구도 믿을 수 없다”며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딸이 하늘 양과 같은 초교에 재학 중이라는 오모 씨(40)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교사가 범인이라고 하니 충격”이라며 “오늘은 휴업이라 등교를 안한다고 해도 앞으론 불안해서 학교에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의 정신질환에 대해 당국의 책임있는 대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뉴스를 보고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아침까지 철야 근무를 하고 한창 잠을 잘 시간인데 아이를 데리러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의 다른 학부모는 “평소엔 정문 앞에서 아이를 만나는데, 뉴스를 보고는 놀라서 정문 안까지 들어가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들도 대책 논의에 분주했다. 이날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보안관은 “어제는 학생이 학교 내에서 사망했지만, 학교 바깥도 위험할 수 있어 오늘 오전 교장선생님이 보안관까지 불러 회의를 열고 안전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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